“정부도 국제환경 맞춰 기존 정책 재검토 시점”
“북한에 가장 아픈 부분”..“중국도 난처한 입장”
전문가들은 7일 미국이 동남아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들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위폐, 마약 등에 이어 북한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한 조치로 7일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이 탈북자들을 대량으로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탈북자 수용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북한이 상당한 압박을 받는 등 정치적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공식적 언급을 되도록이면 자제해온 우리 정부도 미국의 탈북자 수용 등 국제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동안 주로 북한편을 들어왔던 중국 역시 미국의 탈북자 수용으로 난처한 처지에 놓인 데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과 중국 등이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미국이 최근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자를 본격적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 이는 위폐, 마약 등 전반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북한 상류층에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 일반 탈북자는 그동안 한국으로 많이 들어와 큰 충격이 아닐 수 있지만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북한 상류층에게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이 북한 내부에서 알려지면 미국으로의 탈북이 본격화되고 상류층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은 일반 탈북자 모두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활용가치가 있거나 북한에 대한 압박효과가 있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할 것이다. 이번에 동남아 제3국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 탈북자들도 이 부류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탈북자를 우리 국민의 일환으로 보는데, 탈북자가 미국으로 갈 경우 우리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미간에 어떤 절차에 따라 협의가 이뤄지는 지도 궁금한 사항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그런 절차를 외교적으로 `터치'해야 한다. 정부도 미국의 탈북자 수용으로 난감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도 풀어야 하는데 북한으로서는 민감한 부분인 미국의 탈북자 수용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탈북자 수용이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일 수도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이 이란 등 중동문제 때문에 거의 우선순위를 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핵 문제를 군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금융제재 등과 함께 북한을 6자회담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압박이다. 이와 함께 인권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종교적 신념도 상당한 작용을 하고 있다. 또 북한인권법이 통과되고 나서 `액션'을 위한 예산이 뒷받침이 됐고 이 것이 현실화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탈북자들의 미국 러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제스처'로서의 정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미국이 무조건 탈북자들을 대량으로 받아들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남북문제, 북핵문제 등을 고려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조용히 다뤄왔는데 이런 방식을 재검토 해봐야 할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 등 국제적 상황이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문제는 보편적 문제다.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미국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중국도 그동안 탈북자, 인권 등에 대해 북한편을 많이 들어왔는데 이번 미국의 탈북자 수용으로 난처한 입장일 것이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을 계기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인권개선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 자신도 개혁.개방이 안되면 앞으로 탈북자 문제는 계속된다. 북한은 주민들을 먹여살릴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길로 나가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한국, 중국 등이 도와야 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원 북한인권법은 미국의 대북 외교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인권법에 규정된 탈북자 수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대북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미국이 별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 대북 군사적 행동을 옵션으로 거론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세계 여론에 호소하고 이를 통해 위폐 문제 등과 함께 북한에 압력을 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미국의 탈북자 대량 수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정보와 수단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위폐 문제 등과 같이 대북압박에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북한으로서는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이 입체화되고 있다. 위폐 문제와 관련, 대북 금융제재로 북한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있고 최근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인권특사의 개성공단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그동안 대북인권법을 통해 탈북자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하는 길을 터놨었지만 탈북자를 직접 수용한 적은 없었다. 이런 면에서 탈북자를 수용하는 것은 북한인권법이 실질적 효과를 내는 것이다. 북한 인권과 관련, 그동안의 정치적 공세에서 `정치적 효과'를 내는 것이다. 대북정책을 보다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현재는 매우 상징적으로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미 중국.동남아 등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가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대량 미국행이 이뤄질 수도 있다. 특히 북한내 고위급의 탈북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북한 고위급은 한국보다는 미국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택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그간의 위폐 및 인권공세에 이어 자신들의 주민들을 데려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봐야한다. 그동안의 버티기 작전을 계속할 지 아니면 보다 강경한 도발을 할지 두고봐야 한다. 아무튼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데 상황이 더 어렵게 가고 있다. 한미간에는 개성공단 등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의 탈북자 수용에 대해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를 풀고 한반도 긴장완화를 바라는 한국측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북 공세적 정책에 대해 심기가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탈북자 수용은 그동안 북한편을 들어온 중국의 심기도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lkw777@yna.co.kr 이귀원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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