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표적 보수논객 노박, WP에 기고
포터 고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갑자기 사퇴한 이유는 뭘까. 물러난지 닷새가 넘도록 갖가지 추측만 무성할 뿐 아직 정확한 이유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 로버트 노박이 11일 다양한 소식통을 인용, 워싱턴 포스트에 그 이유를 나름대로 진단했다. 우선 고스가 현역 의원시절의 참모진들을 CIA로 끌고들어가 기존 조직과 마찰을 유발하고, 문제투성이의 CIA 조직을 개혁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이 사퇴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DNI)의 '책임 떠넘기기'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게 노박의 분석이다. 노박은 특히 "고스 사퇴에 결정적 역할을 한 네그로폰테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고스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CIA 조직을 개혁하는데 네그로폰테의 도움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CIA가 전세계에서의 정보 분석과 작전능력을 상실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노련한 관료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국방부의 정보활동 역량을 강화해 안팎곱사등이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이런 구도는 지난 2001년 9.11 테러사건이후 부시 행정부와 의회가 전면에 나서서 국가정보국(ODNI)을 창설한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게 노박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한사람의 강력한 통제하에 국방부의 권한도 축소하자는 것이었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딕 체니 부통령과의 친구임을 내세워 럼즈펠드가 마음대로 활개치게 내버려 두려는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스가 물러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노박은 주장했다. 노박은 "정보를 다루는 의회내 관계자들은 네그로폰테가 문제의 중심이 서있다고 판단한다"고 단언했다. 네그로폰테는 30년전 '핑퐁 외교'로 유명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시절 외교가에 데뷔한 이후 처신에 능한 외교관이라는 평을 들어 왔다. 비판론자들은 그가 이라크와 유엔 특사로 지명됐을 때 갈등을 피하고 처신에만 능한 직업 외교관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은 지금까지도 의회내에 팽배하고 있다. 의회 관계자들은 "네그로폰테가 비판을 피하는데만 급급할 뿐 미국 정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히려 이런 복잡하고 나중에 책임이 추궁될 임무는 고스 몫으로 돌렸고, 고스는 지난 2004년 대선때 민주당측으로부터 질타를 당하면서도 내부 개혁에 나섰지만 CIA 내부의 관료주의에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네그로폰테와 예일대 동기로 한때 친하게 지냈던 고스는 네그로폰테의 생각과는 달리 CIA가 이름 그대로 정보기구들의 `중앙'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정보분석 기능은 네그로폰테에게 넘어갔고, 과거 CIA 고유영역이던 '특별 작전'(special operation)도 럼즈펠드에게 뺏기게 되는 수모를 당했다는 것이다. 미 의회가 마이클 헤이든의 CIA 신임국장 지명에 뚱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부분적이나마 고스를 해임한데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는게 노박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지난 1965-66년 재임했던 윌리엄 래번 장군이 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군 출신이 민간기구인 CIA 수장을 맡은데 대한 불만의 표시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로 헤이든은 통신정보 전문가이기 때문에 CIA 요원들의 정보수집상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적임자라고 보기 어렵고, 자신의 상관이었던 네그로폰테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역할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게 노박의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헤이든이 의회 인준을 통과, CIA에 입성하면 CIA 내부에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고스 전 국장시절 쫓겨난 스티븐 캐프스를 2인자인 부국장직에 앉히는 것으로 개편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노박은 전망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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