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3 16:13
수정 : 2006.05.14 14:02
미의원, 하원의장에 연설허용 조건 제시 서한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공화)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미국 의회연설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자진해서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재임중 마지막으로 6월 말 미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인 고이즈미 총리는 긴밀한 미.일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미국 방문중 상.하 양원 합동회의 연설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이 실현될 경우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은 처음이다.
미국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하이드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의 의회연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가 자진해 야스쿠니에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서한을 지난 4월 말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에게 보냈다.
하이드 위원장은 서한에서 우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을 지원한 굳건한 동맹국의 대표로서 고이즈미 총리의 의회연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한은 이어 고이즈미 총리가 연설 수주 후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진주만 공격을 감행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야스쿠니에 합사돼 있는 A급 전범에게 경의를 표하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진주만 공격 직후 연설한 장소인 미국 의회의 체면이 손상된다고 설명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진주만 공격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고이즈미 총리의 미국 의회연설과 이에 이은 야스쿠니 참배는 우려를 느끼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모욕당했다는 생각이 들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스터트 하원의장은 하이드 위원장의 서한에 아직 답신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려면 상.하 양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원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연설에 대해 우려하는 움직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이드 위원장은 2차대전 당시 필리핀 해전 등에 참전한 군인출신이다.
그는 작년 가을에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아시아의 대화가 저해되는 것은 유감"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냈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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