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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4 19:19 수정 : 2006.05.14 23:49

갱들의 공격으로 유리창이 깨진 상파울로 파라다 드 타이파스 경찰서의 모습. 13일 밤 상파울로 북쪽 외곽의 경찰서들을 모토사이클을 탄 갱단들이 공격해 최소 30명이 숨지고, 적어도 32명이 부상했다. 상파울로/AFP 연합

상파울루 범죄조직 기관총·폭탄 무장
55곳 공격 30여명 살해…100명 인질

브라질 상파울루주에서 교도소를 기반으로 삼은 거대 범죄조직이 경찰서를 비롯한 정부시설을 잇달아 공격해 최소한 30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상파울루 지역 최대 범죄조직인 ‘제1도시군사령부(PCC)’ 소속 조직원들은 12일 밤(현지시각)부터 12시간 동안 상파울루시와 근처 도시 오사스쿠, 쿠바탕, 히베이랑프레투 등에서 경찰서와 검문소, 경찰관 집 등 55곳을 습격했다. 이들은 기관총을 난사하고 수류탄 등을 터뜨려 지금까지 경찰관 23명을 포함해 적어도 30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때맞춰 상파울루주 내 24개 교도소에서도 무장한 수감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동을 일으켜, 100여명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교도소 폭동 역시 제1도시군사령부가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13일 “6개 교도소의 폭동은 진압했으며, 사망한 인질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습격 과정에서 경찰관과 시민 다수가 다친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습격사건 현장에서 제1도시군사령부 조직원 16명을 체포해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제1도시군사령부와 수감된 이 조직원들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이 조직의 두목급 8명을 지난 10일부터 감시가 철저한 주내의 다른 교도소로 옮기자, 제1도시군사령부가 이에 반발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제1도시군사령부는 1992년 수감자 111명이 숨진 브라질 최악의 감옥 소요사태인 ‘카란디루교도소 학살’을 계기로 조직된 단체다. 이 사건 뒤 타우바치교도소로 옮겨진 수감자들이 처우에 불만을 품고 93년 조직한 게 제1도시군사령부다. 이들은 “고문과 학살을 자행하는 교정시설의 파괴”, “감옥으로부터의 혁명 수행” 등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웠다.

제1도시군사령부는 이후 상파울루주 25개 교도소를 장악한 대형 조직으로 성장해 납치,은행강도,무기 밀거래 등을 저질러 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2001년에는 3만여명의 재소자와 그 가족들이 하루 만에 상파울루주의 28개 교도소를 장악한 소요사태를 주도했다. 진앙지인 브라질 최대 교도소 카란디루에서는 진압 직후의 수색에서 권총과 칼, 코카인, 휴대전화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2003년 11월에도 10일 동안 50군데가 넘는 경찰서에서 기관총과 폭탄을 사용해 3명의 경찰관을 살해했다.


이번 사건은 가장 많은 경찰서가 동시에 습격당했을 뿐 아니라 교도소 폭동까지 겹쳐진 최악의 폭동이라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평가했다. 브라질의 한 정부 관계자는 “범죄조직이 국가 치안의 척수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중남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폭동을 진압하고 추가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국에 지시했다. 이 사건은 대선을 앞둔 룰라 대통령에게 볼리비아 에너지 자원 국유화 방침에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비난에 이어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리우 살인사건 뉴욕 6배
브라질 치안 ‘최악’…교도소는 범죄학교

브라질의 치안 상태는 최악의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인구 10만명당 연간 살인사건 발생이 7건인 뉴욕에 견줘 상파울루는 3배, 리우데자네이루는 6배 수준이다.

살인, 강도, 납치, 마약밀매가 횡행하기 때문에 부자들은 방탄차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경찰과 범죄조직 사이에는 백주에 총격전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의 빈민가는 범죄조직들 손에 떨어져, 경찰의 통제가 쉽게 미치지 않는다.

범죄조직들한테 총은 ‘기본품목’에 불과하다. 2003년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의 마약거래조직 거점을 기습한 경찰은 대전차 로켓포와 함께 다량의 수류탄, 소총을 압수했다. 한 군부대에서는 군용차량과 소총들이 도난당했다. 같은해 갱단 조직원들이 헬리콥터를 교도소 옥상에 대고 두목 구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교도소는 교화의 장이 아닌 ‘범죄학교’가 돼, 그 안에 범죄조직이 활개친다. 경찰과 교정 당국, 범죄조직 사이의 싸움은 피의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모두 19만4천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교정시설들은 정원의 2~3배를 수용한 경우가 흔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의 소년교도소 3곳을 조사하고 낸 보고서에서 “교도관들의 수감자 구타 등 가혹행위가 일상화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에는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된 ‘축구 황제’ 펠레의 아들이 갱단의 위협을 피하려고 교도소를 바꾸기도 했다.

범죄조직들의 치밀함과 관리들의 부패는 재소자들이 교도소로 무기를 반입하게 만들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바깥이나 다른 교도소 재소자들과의 ‘연합 작전’을 가능하게 한다. 교도소 안 살인사건 발생률이 바깥의 수십배라는 사실은 브라질 교정시설의 역설적 현주소를 말해 준다. 범죄조직들은 좋은 조건의 감방 사용을 조건으로 재소자들한테서 돈을 챙기기도 한다.

교도소 폭동은 중남미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잇따른다. 2002년에는 도미니카에서 28명, 2003년에는 온두라스에서 69명, 2004년에도 온두라스에서 103명과 엘살바도르에서 31명, 2005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32명의 수감자들이 폭동과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넓게 보면, 열악한 브라질 치안 상황은 사회경제적 모순과 연결돼 있다. 소득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로 보면, 브라질의 경제 불평등은 세계 10위권이다. 무토지 농민들과 목장주, 정부와의 갈등도 범죄와 사회 모순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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