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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5 03:02 수정 : 2006.05.15 03:02

"통화기록은 시작일 뿐이다. 항공기 탑승기록, ATM(금융자동화기기) 사용 기록, 심지어 식당 예약기록까지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국가안보국(NSA)이 전화회사들로부터 방대한 통화기록을 입수, 사회연결망을 파악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분석해온 사실이 드러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하버드대 컴퓨터화사회연구센터의 심슨 가핑클 연구원이 14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정부가 각종 전자기록을 통해 국민의 모든 것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화할 위험을 경고했다.

휴대폰 통화기록만 해도 단순히 전화번호 정보만 담겨있는 게 아니다. 휴대폰은 통신수단일 뿐 아니라 추적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전화를 걸면, 전화회사는 그 고객의 위치를 파악해 상대방에 연결시켜 주게 된다. 지난해 7월 런던에서 자살폭탄 용의자를 추적, 차단할 때도 이러한 위치정보 자료가 활용됐었다.

국토안보부가 핵발전소 주변에서 특정 전화번호를 포착해 기록해뒀다가 한해에 같은 전화번호가 같은 장소에서 예컨대 3차례 포착될 경우 그 전화번호 소유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개인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특정 장소를 감시하는 것이다.

이 위치정보는 저장됐다가 나중에 여러 다른 목적에 사용될 수도 있다. 정보기관이 테러리스트들이 어떤 공원 깊숙한 곳에서 비밀회합한 사실을 알아냈다면, 그 지역에서 전화통화를 한 기록이 있는 전화번호들을 찾아내 테러리스트들을 추적할 수 있다.

테러리스트들도 이를 알고 가능한 전자 족적을 남기지 않으려 하겠지만, 항공기 예약기록을 통해 A와 B라는 용의자 두 사람이 자주 같은 비행기를 탄다거나, 혹은 같은 날 각각 다른 장소에서 출발해 같은 도시에 내린다는 사실 등이 드러날 수 있다.

ATM 인출기록, 혹은 선불 전화카드 등도 유사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미 선불 전화카드 기록을 갖고 오클라호마 폭탄테러범들간 관계를 찾아낸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기록을 통해 사회연결망을 찾아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수많은 사회연결망중에 테러범 색출 등을 위해 의미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와 B가 같은 날 밤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더라도, 그게 비밀회합일 수도 있지만, 둘 다 그날 공연한 그 지역 록 밴드 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미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가려내기 위해선 수많은 돈과 시간이 들고, 게다가그 조사가 올바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생활이 파탄날 수도 있다.

미국 사법제도의 원칙이 한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무고한 사람을 투옥해선 안된다는 것이라면, 테러리스트 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미국 사회는 어떻게 생각할까.

정보는 가능한 오래 갖고 있으려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한번 버리고 나면 다시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기록을 영원히 보관할 수 있다한들 그러기도 쉽지 않다. 자료를 저장.보관하는 비용 때문이다. 자료가 많이 축적될수록, 그 자료더미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연결을 찾는 일은 비용면에서 더 힘들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부작용은, 그 자료에서 얻은 정보를 쥔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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