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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9 15:02 수정 : 2006.05.19 15:02

부시 행정부가 또 다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악의 축'의 한 나라인 이란에 대해서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비극적인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1960년대 말 베트남에서 위기에 빠진 미국은 라오스, 캄보디아로 확전을 시도해 사태반전을 노렸었다. 지금 상황이 그 때와 비슷하다. 이라크에서 위기에 빠진 부시 행정부는 이란을 공격함으로서 위기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국이다. 그리고 이라크 인구의 약 60%가 시아파다. 현재 이라크 정부의 고위인사들 중 상당수는 과거 후세인 독재시절 이란의 후원을 받은 바 있는 '친이란파'라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시 행정부는 이란을 '평정'하지 않고서는 이라크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대량살상무기'가 명분이었다. 지금은 '핵무기 제조 가능성'이 명분이다. 인도의 핵무장을 기꺼이 용인한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해서는 철저히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위협이 오히려 이란의 경계심을 강화시키고 있건만, 미국은 오로지 강경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다행히 상황이 부시 행정부에 그렇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러시아, 중국 등이 이란 공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대통령의 '깜짝편지'로 인해 국제여론도 이란에 한결 유화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지난 번 이라크 전쟁 때처럼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85세의 백악관 최고참 기자 헬렌 토머스가 말한 것처럼 "부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려 하는 것은 비단 군산복합체의 로비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이란 공격은 국제유가를 폭등시킬 가능성이 크다. 세계 5대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면 석유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내비친 바 있다. 유가가 폭등하면 미국 기업들도 많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이란 침공을 계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가치의 빠른 하락에서 엿볼 수 있듯, 미국 경제는 예전에 비해 훨씬 약해진 모습이다.

미국의 무역적자 누적치는 무려 3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여섯 배에 달하고 있다. 지난 1996년 1,039억 달러이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액은 작년 6,642억 달러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지역화' 추세도 패권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EU는 말할 것도 없고, 전통적인 미국의 뒷마당인 남미에서도 '지역화' 바람이 거세다.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패권은 분명 쇠퇴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베트남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라크에서 맥없이 수치스러운 철수를 하게 된다면, 미국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지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허약해져 있는 상태에서의 위신 실추는 아주 위험하다. 혼자서 IMF 결정권을 주무르는 식의 경제적 패권이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천년제국' 미국을 꿈꾸는 네오콘은 판돈이 큰 '위험한 도박'을 시도하고 있다. 재정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공격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부시 행정부의 이란 공격계획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에 이어 '이라크 3대 파병국'이지 않은가. 지난 50년 동안 유례가 없는 성공적인 동맹이라던 '한-미 동맹'은 이제 정말로 '침략 동맹'으로 변화할 위험에 처해있다. 참여정부가 대추리에 군병력을 투입하던 기세로 부시 행정부의 이란 공격계획에 동참하게 될까 우려스럽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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