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6.01 08:37
수정 : 2006.06.01 08:37
이라크 주둔 미군이 하디타에서 양민 24명을 학살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기를 낳기 위해 병원으로 가던 임산부가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35세의 임산부 나비하 니사이프 자심은 전날 아기를 낳기 위해 자동차편으로 사마라의 산부인과 병원으로 달려가던 중 미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으며, 함께 타고 있던 친척 살리하 모하메드 하산(57)도 사망했다고 현지 경찰 등을 인용해 통신은 전했다.
자동차를 운전한 남동생 칼리드 니사이프 자심은 사마라 병원에 빨리가기 위해 속도를 높이던 중 미군이 총격을 가해왔다고 말했다.
사마라 종합병원 의사들은 태아를 살리려 애썼으나 그마저 허사로 돌아갔으며, 자심은 남편(36)과 한 살, 두 살 배기 아이들을 남겨둔 채 숨을 거뒀다.
남동생 자심은 "사마라 주민들은 특히 최근에 미국인들이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데 크게 분노하고 있다"며 "신이여, 미국인들에게 복수를 내리소서!"라고 외친 것으로 통신은 전했다.
미군측은 이에 대해 문제의 차량이 금지구역으로 들어온뒤 거듭된 신호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아 사격으로 정지시켰으며, 나중에 이라크 여성 2명이 총상으로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은 2주 전 자동차가 지나던 측면 도로를 봉쇄했으나, 이같은 소식은 희생자들이 살고 있는 사마라 외곽 마을에는 뒤늦게 전해졌다고 남동생 자심은 설명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수 백 명의 이라크인들이 이번 사건과 비슷한 방식으로 희생됐으며, 미군은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유족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고 간부들이 구두 사과를 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일부 유족들은 금전 보상을 모욕으로 보고 이를 거부하기도 하며, 이런 사건들이 이라크인들 사이에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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