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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7 18:07 수정 : 2006.06.07 18:07

‘나치전범죄공개법’ 조사단 밝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차대전 중 유대인 집단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소재를 파악하고도 눈감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나치전쟁범죄공개법’에 따라 합동조사단이 국립문서보관소에 있는 2만7천여쪽의 관련 문건을 조사한 결과 이렇게 드러났다고 미국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중앙정보국은 1958년 4월 아이히만이 아르헨티나에서 클레멘스라는 가명으로 숨어지낸다는 정보를 서독 정보기관한테서 건네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서독은 체포 노력을 하지 않았다. 콘래드 아데나워 당시 서독 총리의 안보보좌관 한스 글로브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냉전이 한창인 와중에 자본주의진영의 최전방에서 미국의 이해를 반영하던 서독 정치인을 감싸기 위한 행동인 셈이다.

글로브케는 유대인담당 부처 간부로 있으면서 유대인을 제거하는 법 제정에 참여했는데, 중앙정보국은 아이히만이 붙잡히면 관련 사실이 드러날까봐 걱정했다. 중앙정보국은 <라이프>가 아이히만의 글을 입수해 보도하는 과정에도 간섭했다. 앨런 덜레스 당시 중앙정보국 국장은 “<라이프>가 모든 내용을 실었지만, 우리의 요청에 따라 글로브케 부분은 모호하게 언급했다”고 기록했다.

히틀러 친위대(SS) 고위간부이던 아이히만은 ‘유대인 청소’ 수송책임자로 독일·헝가리의 500만명이 넘는 유대인을 독가스실로 실어날랐다. 종전 직후 자신의 진짜 신분을 모르는 미군한테 붙잡힌 그는 1946년 탈옥해, 1952년 아르헨티나로 건너가 농부·노동자 생활을 했다. 끈질기게 뒤를 밟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1960년 5월 아이히만을 납치해 이스라엘 법정에 세웠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변명한 그는 1962년 교수대에 올랐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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