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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개헌안 내놔 지지층 다시 모으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율에 고심하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잇따라 헌법 수정안을 내놓는 등 무리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보수층 표심에 호소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이런 시도는 의회 표결에서 잇따라 좌절되고 있다. 미 상원은 8일 상속세 폐지 법안에 대한 논의를 끝낼지를 표결에 부쳐, 찬성 57 대 반대 41로 부결시켰다. 법안 통과를 위한 표결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60표에 3표 모자란 것이다. 동성결혼 금지·상속세 폐지 등 이슈 만들기 중간 선거 앞둔 정치적 노림수…의회선 부결 이 법안은 200만달러(부부는 400만달러) 이상의 자산 상속에 매기는 세금을 영구히 폐지하는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공약에 따라 상속세를 해마다 줄여 2010년에는 전혀 부과하지 않게 해놓았지만, 2011년부터는 상속세가 부활하게 돼 있다. 공화당은 “상속세가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정부가 연 700억달러에 가까운 국고수입을 날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불로소득 비과세는 사회 정의에 맞지 않는다며 상속세 폐지에 반대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002년 사망자들 중 상속세 과세점을 넘긴 자산을 남긴 이는 1.17% 뿐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상원은 6일 동성간 결혼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 논의를 마칠지를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49대 반대 48로 역시 부결됐다. 전날 부시 대통령은 “결혼은 문명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운동권 판사’들이 결혼을 재정의하게 놔둘 수 없다”며 수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일부 주 헌법이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같은 맥락의 판결이 나오자 연방 헌법으로 쐐기를 박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헌법에 차별적 조항을 넣으려 한다”는 반발을 만났다.공화당은 또 성조기 소각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을 상원 표결에 부칠 예정이어서, ‘뜬금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0년간 미국 안에서 문제된 성조기 소각사건은 없었다며, “선거가 있는 해에 추진하는 동성결혼 금지 안이 애처롭다면, 성조기 문제는 우스꽝스럽다”고 꼬집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만 반대할 경우 ‘성조기를 태워도 된다는 말이냐’는 욕을 먹을까봐,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 사설을 통해 “연방 헌법은 정책을 규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헌법의 목적은 △통치 규범을 정하고 △정부 권력으로부터 개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동성결혼 문제 등에 연방 헌법을 들이대려는 시도는 연방과 주의 권력분점이나 주권재민 원칙을 부정하고, 헌법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1994년부터 상·하 양원의 다수당 지위를 독점해 온 공화당은 낮은 지지도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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