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절반수준 폭락할 것... ‘부익부’ 현상 심화
버냉키 ‘집값 폭락없다’와 상반돼 주목
미국 주택시장의 냉각 조짐이 완연한 가운데 `가격 거품'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12일 미국 전문기관들의 공동 분석에서 나와 주목된다.
금융지주회사인 내셔널 시티 코프와 금융정보 공급사인 글로벌 인사이트가 미 전역의 317개 대단위 주택시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기준으로 조사대상 시장 가운데 39%의 "가격 거품이 매우 심각"하며 과거의 사례로 볼 때 가격이 약 절반 가량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격 조정은 보통 3년내지 3년 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설명됐다.
분석 내용은 "미국 주택시장이 냉각되고는 있으나 완만하며 질서있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벤 버냉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난달 18일자 발언과 사뭇 상반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마켓워치와 CNN 머니가 전한 내셔널 시티 코프와 글로벌 인사이트 공동 분석은 또 가격 거품이 매우 심각한 주택시장 비율이 지난해 4.4분기의 36%보다 증가한 것이다. 마켓워치는 지난 2004년 1.4분기 조사 때는 가격 거품이 매우 심각한 주택시장 비율이 고작 1%였음을 상기시켰다.
가격 거품이 특히 심각한 20개 주택시장 가운데 17개소가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주에 집중해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집값 거품이 가장 심각한 곳은 플로리다주 네이플스로 102%나 과대평가돼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캘리포니아주의 살리나스와 머세드, 스톡턴, 산타 바버라, 마데라 및 리버사이드도 집값 거품이 심각한 지역에 포함됐다.
대도시의 경우 마이애미가 64% 과대평가돼있으며 로스앤젤레스는 61%, 오클랜드가 47%, 새너제이와 뉴욕주의 내소와 서폴크 카운티들도 각각 44% 과대평가돼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텍사스주 칼리지 스테이션과 포드워스 및 킬렌, 그리고 캔자스주 위치타는 주택값이 지나치게 저평가돼있는 대표적 지역들로 언급됐다.
CNN 머니는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주택가격 거품 상승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였다면서 지난해 4.4분기에서 지난 1.4분기 사이 50대 과다평가 지역의 가격 상승은 평균 2.5%를 기록한데 반해 50대 과소평가 지역의 집값은 평균 0.7% 뛰는데 그쳤음을 지적했다. 연율 기준으로도 이들 과다평가 지역 상승률은 평균 10.1%인데 반해 과소평가 지역은 2.7%로 크게 낮은 것으로 비교됐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내셔널 시티 코프의 리처드 드카저 수석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가격 과소평가 지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주택시장 냉각에도 불구하고 과대평가 지역이 증가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택가격 조정 시점이 됐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문제는 "우리 앞에 있는 주택시장이 정상적이고 균형잡힌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조사는 인구 분포와 수입 정도, 금리 및 해당 지역의 역사적 특성 등을 두루 감안해 어느 정도의 집값이 적정한 것인지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데이브드 레러허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달 19일 협회 모임에서 "올해 미국의 집값 상승률이 평균 5.7%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내년과 그 이듬해에 (대표적인 주택시장 과열 지역인) 샌디 에이고와 마이애미, 그리고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급격한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의 금리가 계속 상승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연방기금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으로 인해 약 100만명이 주택 구입을 포기한다고 분석했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서울=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