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감자 유족들 타살의혹 제기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용된 알-카에다 용의자 3명이 자살했다는 미군 당국의 발표 후에 유족들이 이들의 종교인 이슬람은 자살을 부인한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관타나모 기지를 관할하는 미군 남부사령부는 지난 10일 사우디 아라비아인 2명과 예멘인 1명이 감방에서 침대 시트와 옷으로 올가미를 만든 뒤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자살한 것으로 발표된 자국인 2명의 이름이 마니 알-오타이비와 야세르 알-자흐라니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사우디 일간지 앗샤르크 알-아우사트는 13일, 자살했다는 2명은 독실한 무슬림이며 미군이 타살사건을 자살로 둔갑시킨 것이라는 유족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야세르의 아버지인 탈랄 알-자흐라니는 "내 아들이 자살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미국이 발표한 것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형인 아흐메드도 독실한 무슬림인 야세르가 자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타살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오타이비의 유족들도 "우리는 오타이비가 자살했다는 미군 발표를 하나도 믿지 않는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고 알-아우사트는 전했다.

이와 관련, 이집트의 한 이슬람 전문가는 이슬람은 자살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무슬림들은 신(알라)이 부여한 목숨을 스스로 끊으면 사후에 가혹한 징벌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주의자들이 이교도에 대한 성전(지하드)이라고 주장하는 자살폭탄 공격도 대다수 무슬림들은 하람(이슬람에서 금지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정신이상자가 아닌 무슬림의 자살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아랍권 언론은 이 같은 종교적 이유 외에도 수감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관타나모 기지의 수용환경을 들어 자살했다는 미군 발표를 불신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10일 발표를 통해 "그들은 우리 생명이든 자신의 생명이든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절망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우리를 겨냥한 전쟁행위"라고 주장했다.

미군 당국에 따르면 9.11 테러 후인 2002년 초부터 관타나모 기지에 테러 용의자들이 수감된 이래 수감자 25명이 41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이번 경우 외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미군 당국은 자살한 것으로 발표된 관타나모 수감자 3명의 시신 부검을 끝낸 상황이서 조만간 공식 사인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현재 이슬람 전사로 불리는 알-카에다 용의자 약 460명이 수감돼 있으며 수용소 설치 이후 지금까지 10명만 공식 기소됐을 뿐 나머지 수용자들은 정식재판도 받지 못한 채 구금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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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특파원 [e-mail]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