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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창안, 거슨 부시곁 떠난다 |
'악의 축', '자유의 확산', '폭정 종식' 등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제창한 대외 정책의 핵심 용어들을 창안했던 마이클 거슨(42) 백악관 수석 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난다.
1기 취임 후인 2001년 1월 이란, 이라크, 북한 3개국을 '악의 축'으로 지명했던 부시의 첫 국정 연설을 비롯, 그를 국가적 지도자로 부각시킨 9.11 테러희생자 추모예배 연설, '자유의 확산'과 '폭정의 종식'을 선언한 지난해 2기 취임 연설 등이 모두 거슨의 작품이다.
지난 1999년 부시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부터 일해온 거슨은 수 개월 전 대통령에게 백악관을 떠나 집필에 전념할 뜻을 비쳤으나,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에 이은 백악관 개편 등 정치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뤄 오던 중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 전했다.
거슨은 이로써 부시의 오랜 보좌진 가운데 앤드루 카드 전비서실장, 스콧 매클렐런 전대변인, 존 스노 재무장관에 이어 4번째로 대통령을 떠나는 셈이다.
거슨은 단지 연설문 작성자 수준을 넘어 부시의 생각을 일반에 전하는 통로를 찾아내고, 모호한 말을 자주하는 부시로 하여금 기억에 남을 만한 명연설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따라서 안보 보좌관이나 비서실장도 아니면서 거슨처럼 부시에게 영향을 주는 3~4명의 인물중 한사람으로 꼽힐 만큼 막강한 보좌관도 없었다.
기독교계 사립학교를 나와 일리노이주 위튼대를 졸업한 거슨은 스스로는 '보수적인 수단으로 진보적인 목표'를 구현하길 원한다고 말해왔으며, 역시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이 내세워온 '온정적 보수주의' 가운데 특히 '온정적'이라는 부분을 강력히 지지했다.
즉, '낙오아동방지법'의 추진과 전세계 에이즈 박멸을 위한 미국의 150억 달러 지원 약속, 수단 다푸르 사태에 대한 백악관의 관심 등은 거슨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이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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