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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16 16:06 수정 : 2006.06.16 16:06

경기 도중 입은 충격으로 치매를 앓게 된 전직 복싱선수를 2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보살펴온 여성의 순애보가 미국에서 뒤늦게 알려지며 주위를 감동시키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1일 55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마이크 쿼리의 병명은 7년전 숨을 거둔 친형 제리 쿼리와 똑같은 복싱 치매(pugilistic dementia)다.

이 병은 경기를 치르면서 머리 부분을 여러 차례 맞은 탓에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서서히 상태가 악화되어 가는 치매의 일종이다.

마이크는 지난 1972년 6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형 제리와 함께 역사적인 경기를 치렀다. 마이크는 봅 포스터와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결정전을, 제리는 무하마드 알리와 헤비급 경기를 뛰었다.

형제는 이날 열심히 싸웠지만 공교롭게도 나란히 KO패했고 이 경기 전까지 36전 전승을 달리던 마이크는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러던 마이크가 부인 앨런(48)을 만난 것은 23년 전 뉴욕의 한 바에서였다. 당시 앨런은 뉴욕 버펄로에서 의과대를 다니고 있었고 이후 코넬대를 나와 영양학과 식품학 석사 학위를 받은뒤 14년간의 대학 공부 끝에 비올라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는 등 복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부벌레였다..

하지만 이튿날 캘리포니아로 떠난다며 전화번호를 달라는 마이크에게 장난삼아 번호를 건넨 앨런씨는 전화를 걸어와 자신을 감동시킨 마이크와 결국 그해에 결혼했다.

앨런씨는 "결혼 후 1,2년간은 아주 정상적인 삶이었다"며 "하지만 이후부터 짧은 기억들을 잊는 일이 시작되더니 갈수록 증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링을 떠나며 급기야 증세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한 밤중에 숙소를 나가 길을 잃어 14시간 만에 찾기도 했고 지나가는 행인을 복싱 상대로 여기는 등 증세가 갈수록 심해졌지만 앨런은 늘 그의 곁을 지켰다.

자신의 직장 옆에 거처를 얻어 남편을 보살펴온 앨런씨는 "지난 9일 그에게 평상복을 입히고 떠나보낼 준비를 했다. 위엄있게 죽기를 바랐다"면서 "복싱은 멍청한 짓이다. 남편은 복싱 때문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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