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마르케스 고향마을..시장이 관광객 유치위해 착안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의 작은 도시 아라카타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고향이다. 그의 대표작인 '백년동안의 고독'속에 나오는 작은 마을 '마콘도'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인구 5만3천명이 바나나 농업을 주로 하며 살고 있는 아라카타카는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시 이름을 '마콘도'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5일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을 묻는 투표에 들어갔다. 개명작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의욕에 넘친 페드로 산체스 시장이 해마다 2천여명의 문학 순례자들이 작가의 숨결을 따라 방문하고 있는 점에 착안, 작품속의 이름으로 도시명을 바꾸기 위한 주민투표를 제안하면서 부터다. 아직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주민들이 집앞 현관에 매달아 놓은 그물에 누워 낮잠을 자는 가난한 도시인 아라카타카를 깊은 잠에서 깨우기위해서는 관광객들의 달러가 필요했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노벨상 작가의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 아라카타카는 1927년 마르케스가 태어난 곳으로, 9살 때까지 외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2002년 출간한 자서전 '이야기를 위한 삶(Living to Tell the Tale)'에서 투사적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던 지난 1950년대에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찾았을 때의 감동이 자신을 소설가로 정착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백년동안의 고독'속에 나오는 상상속의 도시인 '마콘도'는 루핑 지붕을 한 가옥들이 대부분이자 만년설로 덮혀있는 높은 산이 아래로 굽어보고 있는 마을로, 실제의 아라카타카와 매우 흡사하다. 산체스 시장은 이날 주민투표에 앞서 가진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우리는 솔직히 마르케스의 이름을 좀 이용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거장에 대해 경의를 표하면서, 우리 도시로서도 실질적인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도시 이름을 바꾸는데 대해 일부의 반대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지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문제는 투표 참가율. 2만2천명의 등록 유권자 가운데 찬반투표가 효력을 가지려면 적어도 7천400명이 투표장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 62%가 투표에 불참했었다. 지난 1982년 노벨상을 수상한 마르케스는 고향의 이름을 바꾸는데 대해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않고 있다. 생활의 대부분을 멕시코와 로스엔젤스를 오가며 하고 있는 그는 지난 20여년동안 고향을 찾은 적이 없다. 그의 동생인 하이메는 금년초 "형은 도시 이름을 바꾸는데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하지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도시 주민들의 선택을 존중하게 될 것이다"고 전한 바 있다. (보고타<콜롬비아> AP=연합뉴스) lh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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