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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8 02:45 수정 : 2006.06.28 02:45

미국 뉴욕 타임스(NYT)가 27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독일월드컵을 이용해 자신과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초래된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NYT는 이날 브라질발 기사에서 "룰라 대통령은 독일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브라질 대표팀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무능과 정부의 부패.비리에 대한 비난으로 조성된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브라질에 상주하는 래리 로터 특파원이 작성한 것으로, 로터 특파원은 지난 2004년 5월 룰라 대통령을 '술꾼'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로터 특파원은 "룰라 대통령의 과잉 음주가 브라질 국민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추방 명령을 내렸다가 로터 특파원의 사과를 받아들여 취소한 바 있다.

신문은 브라질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것을 오는 10월 1일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서 "룰라 대통령은 대선 승리와 월드컵 우승이라는 두 가지의 큰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완벽한 형태로 한데 묶여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은 축구에 대한 대중적 인기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을 자신 및 정부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야권의 비난을 피해가고 있다"면서 월드컵과 축구가 대선을 앞둔 룰라 대통령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신문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우리는 전날 벌어진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다고 해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득점 없이 한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음 경기에서 골을 많이 넣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야권의 비난을 일축하고 재선의 당위성을 강조한다는 것.

신문은 "브라질 국민들은 대선이 실시되는 4년마다 이런 식의 연설을 들어야 한다"면서 "월드컵이 브라질 대선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피할 수 없으며, 브라질 대표팀의 승리는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열성적인 축구팬이기도 한 룰라 대통령은 야권의 공세로 위기에 몰릴 때마다 '축구 화법'을 구사해 왔다.

지난해 야권이 비리 연루 의혹을 들어 자신의 최측근인 안토니오 팔로시 전 재무장관에 대해 사퇴 압박을 가했을 때도 "팔로시 장관을 사퇴시키라는 주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2년 연속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호나우지뉴를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 팀에서 빼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야권의 요구를 거부했었다.

룰라 대통령은 당시 "호나우지뉴가 슈팅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축구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리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팔로시 전 장관을 적극 두둔했다.

한편 신문은 "룰라 대통령이 축구를 열광적이고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반면,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은 TV를 통해 축구 경기를 보는 것보다는 독서를 더 좋아했다"고 전해 룰라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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