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정부측 '발언 내용' 의도적 평가절하 분위기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1일 이라크와 아프리카에서의 대미(對美) 성전(聖戰)을 다짐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테이프의 진위 여부와 관련, "빈 라덴의 실제 목소리가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빈 라덴의 발언 내용은 이미 지나간 얘기들"이라고 폄하했고 다른 정부 관리들도 그 발언의 중요성에 대해 큰 무게를 두지 않으려 했다.
CIA 관계자는 이날 익명을 전제로 "인터넷에 떠오른 육성테이프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빈 라덴의 실제 목소리가 맞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그러나 빈 라덴 육성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의 이번 위협적 발언 내용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평가절하했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번 테이프는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알-카에다가 아직 위협으로 존재하고 있어 우리가 해야할 업무가 여전히 있다"면서 "알-카에다와 여타 테러조직들과의 투쟁은 길고도 험한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테러 담당 고위관리는 "이번에 공개된 테이프는 빈 라덴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모두 자신의 주관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선전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 관리는 또 "빈 라덴은 9.11 테러공격 이후에도 자신이 이 테러를 저질렀음을 밝혔는데 이번에도 9.11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거듭 공개한 것은 이 테이프가 지속적인 선전책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빈 라덴은 전날 19분짜리 비디오테이프에서 특유의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7일 사망한 이라크내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를 '성전(聖戰)의 사자'(lion of holy war)로 추앙하며 애도했다. 빈 라덴은 그러나 이 테이프에서 성량이 모자라고 다소 힘들어하는 목소리를 보여 미 정보분석가들로 하여금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근거를 제공했다. 이번 테이프는 금년들어 빈 라덴이 전달한 4번째 메시지이며 모두 영상이 아닌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빈 라덴의 활동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지난 2004년 10월 이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동영상이 은신처 노출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동영상 메시지 대신 음성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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