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이렇게 많은 사람 투표하긴 처음”
방송사들 광고 생략한 채 투표 생중계 ‘올인’
당사에서…광장에서…‘승리 자축’ 밤샘 집회
2일(현지시각) 치러진 멕시코 대통령선거의 당선자 발표가 미뤄지면서 좌우 두 후보와 지지자들의 대결 양상이 투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밤 11시 루이스 카를로스 우갈데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결과 발표를 오는 5일로 미룬다고 발표하자, 텔레비전에 모습을 드러낸 두 후보는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 후보는 그러면서도 지지자들 앞에서 기세를 과시했다.
선거기간 동안 오차범위 안에서 선두를 지켰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3) 민주혁명당 후보가 먼저 지지자들 앞에 나섰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지금까지의 개표 결과를 보면 우리가 50만표를 앞서고 있다”며 “단 한 표라도 우리가 앞서면 우리는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뒤, 지지자들에게 방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폭우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멕시코시티 중심가 소칼로로 향했다.
집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44) 후보는 웃음 띤 표정으로 지지자들 앞에 섰다. 그는 여러 기관의 출구조사 결과를 하나하나 밝히며 지지자들을 고무시켰다. 그는 “처음부터 우리는 앞서고 있었고, 우리가 승리한 것이 확실하다”며 “멕시코 역사상 올해처럼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고 치열하게 경쟁한 적이 없지만, 우리는 승리했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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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야당 민주혁명당(PRD)의 대통령 후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지지자들이 2일 투표가 끝난 뒤 개표가 시작되자 멕시코시티 중앙광장 소칼로에 모여 오브라도르 후보를 지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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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멕시코는 투표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광고 사이사이에 감질나게 뉴스를 전하던 상업방송 <텔레비사>와 <티브이 아스테카> 등 공중파 방송사들도 광고를 생략한 채 헬기까지 띄우며 하루 종일 대선 뉴스를 생방송으로 전했다. 한 달 이상 교사들의 격렬한 시위로 관광객이 끊어졌던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호지인 와하카에서도 교사들이 잠시 시위를 멈추고 투표를 했다. 멕시코만의 관광지 베라크루스에서는 낮 12시에 이미 투표용지가 동이 나, 투표하러 온 시민들의 항의사태가 빚어졌다.
멕시코시티 콰우테모크 투표소의 자원봉사자 페데리코 가르시아는 “이번 선거가 어느때보다 많은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모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50대 주부 레오노르 페네도는 “지금까지 여러 번 대통령선거에 참가했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투표하러 오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70여년간 제도혁명당이 지배를 했는데, 이제 겨우 국민행동당이 6년 집권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며 “집권 국민행동당 후보인 칼데론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베니토후아레스 투표구에서 만난 행상 에두아르도 토레스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바꿔야 한다”며 “오브라도르는 부자와 자본가들만 위하는 멕시코를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처음 투표를 하는 20살의 여대생 에리카 로드리게스는 “오브라도르의 정책이 멋지다. 다 함께 잘살고 특히 노인과 빈민들이 행복해진다면 이상적인 나라가 아닌가”라며 “학교 친구들은 모두 오브라도르 팬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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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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