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0 22:37
수정 : 2006.07.10 22:37
미 언론들 “일방주의 종말”지적 잇따라
타임 “부시 독트린은 큰 착각”
NYT “악의 축 수용으로 변화”
WP “북 미사일 등 사면초가”
힘에 바탕을 둔 일방주의를 추구하던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를 계기로 파탄을 맞았다는 미국 언론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간 <타임>은 17일자 최근호에서 ‘카우보이 외교의 종말’이라는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9·11 테러 이후 힘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비전을 제시하던 부시 행정부의 ‘카우보이 외교’가 부시 본인에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4년 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안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라고 강조하던 부시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외교’라는 용어를 여섯 번이나 쓰며 다자주의를 언급해 ‘카우보이 외교’가 종언을 고한 셈이 됐다고 <타임>은 평가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너무 많은 역량을 소모하는 동안 지구촌의 다른 여러 문제가 미국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타임>은 부시 독트린의 가장 큰 착각은 미국이 국제사회의 협력이 없이도 중동지역 재편과 비우호적인 정권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고 그동안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11일 ‘부시의 변화:적들과 인내하기’란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강경책을 폈던 제1기 집권 때와는 달리 이라크 침공 뒤인 집권 2기에 들어 ‘인내’ 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 7일 부시 대통령이 시카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외교적 대응과 인내를 강조한 것은 부시가 2002년 악의 축을 언급하던 대외독트린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는 당시 “미국은 세계의 가장 위험스러운 정권들이 파괴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도록 하지 않겠으며, 위기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신문은 “미국 대외정책의 레드라인, 핑크라인, 자줏빛 라인 등은 점차 지워지는 잉크로 쓰여지는 것 같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잇따른 외교적 악재 앞에 애초 천명했던 것과는 달리 대응하는 부시 대외정책의 파탄을 비판했다. 곧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란의 우라늄 농축 등 부시 행정부가 설정한 금지선을 ‘악의 축’ 정권들이 넘어섰는데도 부시 행정부는 애초의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에게 일주일 전에 ‘수용불가’는 이미 ‘수용가’로 바뀌었다”고 비꼰 네오콘 대변지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이자 미국내 대표적 보수논객인 윌리엄 크리스톨의 지적을 상기시켰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6일 ‘(신념에) 사로잡힌 대통령이 위기의 세계에 직면했다’는 1면 분석기사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의 치안 악화, 중동 사태, 이란 핵문제, 러시아와의 신냉전, 여기에 북한 미사일까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사면초가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특히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시험발사는 부시 대통령의 암담한 외교정책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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