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불균형" 이례적 언급..사회보장개혁 적극추진 시사
대중 환율압력 거세질 듯..다른 아시아국에도 '파편' 전망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취임 후 처음으로 1일(현지시각) 자신의 정책 구상을 대외적으로 밝혔다.
골드만 삭스 회장에서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이날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연설했으며 이어 월가로 이동해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하고 나스닥 폐장식에도 참석했다. 점심은 자신의 후임자인 골드만 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 등과 개인적으로 가졌다.
폴슨 장관은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일체의 질문을 받지 않았으며 월가 방문에서도 말을 아끼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강한 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과 지난 2.4분기 성장이 둔화되기는 했으나 이것이 "지속 가능한 (안정적인) 성장률로 옮겨가는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하는 등 조지 부시 행정부의 경제.금융정책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성장 혜택이 모든 미국인에게 두루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발언하는가 하면 중국에 대한 환율 압력이 전임자인 존 스노에 비해 훨씬 강해질 것임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또 백악관이 골머리를 앓아온 사회보장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의회와 초당적으로 협조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강조해 향후 이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의회간에 '정치적 절충'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불러일으켰다.
폴슨의 이런 행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1일자에서 '폴슨이 미 경제의 불균형을 주목했다'고 제목을 뽑았으며 마켓워치는 '폴슨이 사회보장개혁 싸움을 다짐했다'고 부각시켰다.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폴슨이 기업규제 완화를 시사했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폴슨이 언급한 정책 구상을 부문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경제혜택 불균형 = 뉴욕 타임스는 폴슨이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미 경제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왔으나 그 혜택을 많은 미국인이 쉽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고유가와 의료복지비용 부담 가중 등으로 미국인의 지갑이 얄팍해졌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것이 부시 행정부 재무장관의 발언으로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왜냐하면 공화당은 그간 민주당이 이 문제를 꼬집을 때마다 "계층간 갈등을 조장한다"고 맞받아쳐왔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하원에서 공화.민주당이 절충해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과 상속세 대폭 삭감을 `맞교환'하는 입법 조치를 갓 취한 점을 상기시켰다. 물론 폴슨은 이 문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 위안화 환율 = 폴슨은 전임자인 스노가 취했던 '조용한 환율 외교'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뉴욕 타임스는 폴슨이 9월중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에 대한 환율 압력이 가중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난해 7월 인위적인 평가절상 조치를 취하기는 했으나 미흡하다는 비판이 여전히 강한 월가가 폴슨의 '친정'인 점도 상기시켰다. 또 중국이 실질적인 환율 개선 조치를 추가로 취하지 않을 경우 의회에 상정돼있는 대중 환율보복법안이 9월말께 표결될 것임을 의회 지도부가 경고해온 점도 폴슨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회 지도부는 백악관에 시간을 주기 위해 법안 표결을 늦춘 바 있다. ◇ 강한달러 유지 = 폴슨이 강한달러 기조 유지를 언급하리란 점은 이미 월가에서 예상됐던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는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강한 달러가 우리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달러 환율이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면서 시장에서 공개적이며 경쟁성을 띠고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폴슨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강한달러 얘기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약달러'를 묵인해온 백악관의 기본 입장이 이어질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위안도 그렇지만 아시아의 다른 주요 교역국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 기업규제 완화 시사 = 폴슨은 이날 연설에서 기업 규제의 "시계추가 너무 많이 흔들린다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갈수록 거세지는 경쟁 사회에서 그 균형을 조정해야하는 도전이 우리 앞에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폴슨의 발언이 기업규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미국의 `사베인스-옥슬리'법을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론과 월드컴 회계부정 스캔들 이후 월가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이 법에 대한 재계의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사에 대한 보고의무 강화를 규정한 섹션 404에 대한 반발이 크다는 점도 신문은 상기시켰다. 신문은 폴슨이 사베인스-옥슬리 법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향후 이 문제에 손댈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법을 오히려 보강하려는 목소리가 큰 의회와 향후 어떻게 절충할지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 의회 적극 공략 = 마켓워치는 폴슨이 향후 의회와 '정면 승부'할 것임을 시사한 점을 주목했다. 특히 사회보장개혁에 타킷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폴슨이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본인은 해결해야할 큰 문제가 있으면 피하지 않고 승부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 점을 주목했다. 폴슨은 또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력을 하도록 본인에게 지침을 줬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켓워치는 이런 발언과 관련해 부시의 사회보장 '부분 민영화' 방침에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향후 이 부분에서 어떤 절충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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