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라울 공식활동 자제..협의지도체제설 부상
쿠바 공산당은 피델 카스트로의 임시 권력이양 나흘째를 맞은 3일(현지시간) 카스트로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며 쿠바의 현 체제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쿠바 국영 TV와 신문들은 '혁명의 지속'과 카스트로의 쾌유만을 빈다는 내용을 주요 기사로 전했다.
특히 카스트로의 공식 후계자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도 "쿠바 혁명의 총사령관은 단 한 명뿐이며 이는 바로 공산당"이라면서 "오직 공산당만이 그간 쿠바인들이 그들의 지도자에게 부여한 신뢰의 합당한 승계자"란 점을 역설했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라울의 최근 연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는 권력이양에 따른 권력분쟁, 소요사태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카스트로 이후에도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날 공산당의 성명은 매우 추상적이었으며 현재 쿠바의 최고 통치권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따라서 라울이 권력이양 이후 한번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쿠바 시민들의 우려 또한 점차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고 서방 언론은 전했다.
이런 관측은 공식 후계자로 기정사실화됐음에도 불구, 국정 장악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는 라울이 쿠바 정부내 핵심 실세들과 주요 정책을 협의해 국정을 이끌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카스트로는 지난달 31일 밤 대독한 장문의 권력이양 포고문에서 라울 외에도 주요 인사 6명을 직접 거명하며 교육, 에너지, 의료 등의 핵심 사업을 차질 없이 이끌도록 주문했다. 이른바 라울을 중심으로 한 협의지도체제에는 리카르도 알라르콘 의회의장, 카를로스 라헤 국가평의회 부의장, 펠리페 페레스 로케 외무장관 등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이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카스트로의 임시 권력이양과 관련, 쿠바 국민에게 "민주적 변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미국의 지원을 다짐했다. 이와 달리 미국 내에서는 쿠바의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분석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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