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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5 14:25 수정 : 2006.08.05 14:25

미국 개입에 거부감…통제사회 시민들 속내 파악 힘들어

쿠바 정부가 4일(현지시간) 피델 카스트로 권력이양 닷새째를 맞아 카스트로 혁명동지이자 공식 후계자 라울 카스트로(75) 체제로의 권력이동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날 쿠바 공산당 기관지 1면과 끝면에는 라울이 53년전인 1953년 쿠바 공산혁명의 시발점인 몬카다 병영 습격 사건을 감행했을 무렵의 사진과 체포돼 재판을 받는 모습의 사진 두 장이 크게 실렸다.

정부 통제를 받은 언론 상황에서 카스트로가 아닌 어떤 다른 인물이 공산당 기관지 1면 등 주요 지면을 장식한다는 것은 지난 47년 카스트로 체제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일로 극히 이례적 보도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사진 제목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란 제목을 달아 라울이 카스트로와 똑같은 시점에서 혁명의 깃발을 올린 쿠바 지도자로서, 그의 권력승계는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다'는 점을 강력한 어조로 공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쿠바 정부가 카스트로 체제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라울 띄우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이날도 쿠바 정부는 미국의 '훈계와 개입'은 수용불가능함을 거듭 강조했다.

아벨 프리에토 문화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해 쿠바의 제도를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쿠바 국민에게 전한 메시지를 일축했다.

프리에토 장관은 "미국 정부는 그 자체로 오랜 기간 완전히 확고한 것으로 나타난 쿠바의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쿠바 체제 전환 촉구 발언은 미국내 쿠바 망명인 그룹의 주장과 똑같은 것이고 라이스 장관 또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비난했다.

또 쿠바 가톨릭주교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평화를 바란다고 강조, 미국의 압력 등 외국의 어떤 개입도 반대한다는 점을 간접 표명했다.

이날 아바나 시내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도 쿠바의 어떤 변화와 관련해 미국이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학생이라고만 밝힌 20대 초반의 남자는 미국 정부의 최근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미국인들이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이 체제는 미래가 없다고 보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라크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아바나 시내는 평온을 유지하며 남녀노소 누구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활보했다. 동네 공터에선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라울은 권력이양 닷새째인 이날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카스트로 대행 최고 지도자로서 공식 업무를 재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서방 언론은 전했다.

이에 대해 그란마는 라울이 "확고히 배의 키를 잡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쿠바 지도부 내 자세한 상황은 전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외국인 거주지 및 학교 기숙사 등 일부 지역에선 경찰 배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아바나 주요 지역 경찰배치는 내달 비동맹그룹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 달여전부터 있어온 일이라, 이를 곧바로 소요 사태 가능성과 관계있는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쿠바 시민들이 겉으론 조용하며 소요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통제사회인 쿠바의 속성상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시민들의 속내라고 지적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40대 중반의 아바나 시민은 "어쨌든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지울 수 없다"면서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쿠바 당국이 외국 기자들의 관광비자 입국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유동적인 민심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아바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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