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6 13:59
수정 : 2006.08.06 13:59
소요 우려 경계강화..치안 단체에 무력사용 허용
피델 카스트로의 임시 권력이양 6일째인 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는 겉으로는 여전히 평온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 시민과 관광객이 몰리는 구 시가지 일대에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시내 거리로 몰려 나와 담소를 나누는 등 즐거운 휴일을 보내는 모습이다.
대규모 정치집회의 대명사로 유명한 아바나 혁명광장에선 관광객들이 정치적 중대사와는 상관없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고, 아바나 시민들도 웃으며 광장을 활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암설이 떠도는 카스트로의 소재지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예비군 편성 요원들은 물론이고 퇴역 장교들까지 언제든 군 부대와 연락 가능하도록 명령받는 등 일부 지역에선 점차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바나 곳곳에 경찰관과 예비군이 경계근무를 강화하고 있다. 군은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정부를 비판하는 세력에 대해선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서방 언론이 쿠바내 반체제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전했다.
쿠바 국영 언론매체들은 지난달 31일 장 수술에 따른 카스트로의 임시 권력이양 발표 이후 줄곧 미국의 침공을 격퇴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쿠바의 이런 노력은 미국에 맞서 쿠바를 방어하는 만큼이나 내부 소요를 방지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서방 언론은 분석했다.
택시 운전사로 일하는 시민 호세 안토니오(25)씨는 미국의 쿠바 민주화 촉구에 대해 "지금까지 적대적으로 우리를 대하는 게 미국의 일관된 대물림이고, 미국과 대립을 빚어온 역사는 1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에 반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30대 후반의 택시 운전사 마리아(여)씨는 카스트로의 현재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장 수술로 권력을 임시 이양하는 것과 그 다음날 대독된 성명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민 거주지역인 센트로 일대 일부 주민들은 "우리는 전 세계 특히 미국인들로부터 우리를 방어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우리들 자신으로부터 방어하고 있다"며 내부 반란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짙은 푸른색 제복 차림의 국가혁명경찰 병력이 눈에 띌 정도로 늘었다.
새로 지급됐던 황록색 작업복 차림에 일부 검정 군화 대신 운동화를 신은 비무장 예비군이 아바나 구시가지의 좁은 도로를 따라 도보순찰을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민간인들로 구성된 신속대응타격대는 며칠 전부터 정부 주요 건물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이 조직의 구성원들은 어떤 군 비상 상황이나 시민반란 등에 대비해 각기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지역 감시단체 소속원들은 야간 특별순찰을 서도록 요구받았다.
지난 4일부터 말레콘 해변도로에서 열릴 예정이던 흥겨운 카니발이 연기된 것은 내부 소요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일부 시민들은 전했다.
지난 94년 반정부 소요사태가 벌어졌던 아바나 해변가 일대엔 평상복 차림의 건장한 보안요원들이 배치됐다. 그해 8월5일 해변가 도빌 호텔 근처에서 시민 폭도들이 돌을 던지는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3만명이 미국으로 항해토록 허용돼 남부 플로리다에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쿠바 동부지역에서 거리에 배치된 군병력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정부 관리들은 지역 감시단체 소속원들에게 정부 비판인사에 대해선 무력으로 대응토록 하는 것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지역순찰대 소속 시민은 "우리는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는 미국을 비롯해 어떤 적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전투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서방 언론은 전했다.
최근 며칠간 해변가 방파제 주변을 순찰하던 제복 차림의 경찰관들 다수는 외출복을 입은 수십명의 남성 요원들로 이날 교체됐다. 일부는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질문은 물론 접근조차 어려웠던 이들이 사복 차림의 경찰관인지 혹은 민간인 복장의 군 요원인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구시가지 광장엔 카스트로 수술 이전에 세워진 홍보 표지판에는 "피델, 80세 넘게 장수하소서"란 문구가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아바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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