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3 09:39
수정 : 2006.08.13 09:39
WP “대통령-언론 관계에 '문화적 변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올들어 7번이나 기자단의 전세기를 대동하지 않은 채 워싱턴을 떠나 여행하는 등 언론의 레이다망에서 점점 더 벗어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지난 10일 여객기 폭발테러 음모 적발 사건 당시 한 공화당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 참석차 휴가지인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을 떠나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 있었다.
이 행사와 관련해 취재단의 전세기는 없었으며, 그린 베이까지 공군 1호기를 타고 그와 동행한 기자는 일부 풀기자들 뿐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말했듯이 "9.11 테러가 5년이 지났어도 미국은 여전히 '전쟁중'"인 만큼 대통령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언론이 가까이 지켜봐야 함에도 대통령이 점점 더 기자들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만 해도 밀워키, 클리블랜드, 찰스턴, 그린베이 등 4군데의 공화당 모금행사를 언론없이 비공개로 진행했다.
백악관은 과거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비공개 모금행사가 여론의 비판을 받자 전술을 바꿔 호텔이나 공공장소에서의 모금 행사는 공개로 하는 반면 개인 집에서 하는 것은 대표 풀기자만 참석하는 비공개로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비공개 행사의 장점(?)은 대통령과 참석자들간에 격의없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나,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군 1호기를 타고 소속 당을 위한 모금 행사를 하면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딕 체니 부통령의 언론 피하기는 오히려 한 수 위이다.
그가 지난 2월 텍사스에서 오발 사고를 일으켰을 당시 그의 소재를 알고 있던 사람은 극소수였다. 심지어 그가 지난달 29일 부터 와이오밍주 잭슨의 자택에 머물러온 사실은 현지 신문인 '잭슨 홀 뉴스 앤 가이드'가 체니의 전용기와 유사시 체니의 집을 보호할 미사일 요격 포대용 레이다를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집권 이후 더욱 심해진 이러한 현상은 지난 1962년 존 F. 케네디 암살 이후 40여년간 없었던 것으로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에 있어서 주요한 문화적 변화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요즘은 기자단 전세기가 배치돼도 많은 언론사들이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대통령의 여행에 무조건 따라 붙지 않는다.
경비가 하루 3천 달러가 넘는데다 대통령의 동정을 일일이 보도하는 것 자체가 별로 기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 글로브의 경우 아예 백악관 출입 기자를 더 이상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여행을 늘상 취재하는 언론사는 소수에 불과하며, 신문의 경우는 USA 투데이, 월 스트리트 저널, 시카고 트리뷴 정도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등이 기자단 전세기 없이 이처럼 '나홀로' 여행을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별일이 아닐 수 있으나, 중대 사안 발생시 대통령의 소수의 기자들 만 앞에 놓고 회견을 가질 경우 아무래도 질문도 적어지게 되고 다양한 시각의 기사가 나오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기자 피하기'가 부시 행정부의 '비밀주의'를 드러낸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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