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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4 13:29 수정 : 2006.08.14 13:29

2000년 설립후 ‘가장 힘든 도전’ 직면

세계 2위의 갑부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거액 기부에 따라 운용 기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13일 기금 규모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게이츠 재단이 버핏의 기부로 크게 불어난 기금을 자선 사업에 어떻게, 더 빨리 지원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 중이라며 이는 게이츠 재단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장 힘든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특히 게이츠 재단에 310억 달러의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는 버핏 측의 발표에 기부금 사용 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세법상 오는 2009년 부터는 버핏이 전년도에 기부한 돈을 한푼도 남김없이 자선활동에 투입해야 할 처지라는 것.

버핏이 기부키로 한 버크셔 헤서웨이사 주식의 현 주가로 미뤄 게이츠 재단은 매년 30억 달러를 자선 사업에 지원해야 하는 데 이는 지난해 지원액의 두 배를 약간 넘는 규모이다.

올해 국제 구호단체인 `CARE USA'의 총재직을 맡기 위해 게이츠 재단을 그만둔 헬렌 게일은 버핏의 기부에 힘입은 재단 기금 확충을 "둘째 아이를 얻은 것과 같은 상황"으로 비유했다. 사업 규모가 두배로 커지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과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게이츠 재단은 `몸불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증액된 기부금을 원활히 운용키 위해 향후 2년간 직원 수를 600명선으로 배증하는 한편 시애틀에 새 재단 본부 건물을 세울 예정이라고 게이츠 재단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체릴 스콧은 밝혔다.

버핏의 기부 발표가 있기 전에도 자산이 300억 달러에 육박했던 게이츠 재단은 교육과 세계보건 향상 지원 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제3세계 국가들의 빈곤층 지원을 위한 개발 사업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게일의 설명으로는 게이츠 재단의 사업 패턴도 초기 단계와는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직원 수가 늘어나 거대 기관으로 팽창하지 않도록 적은 돈을 여러 곳에 쪼개 주기 보다는 많은 돈을 몇 안 되는 곳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층 형식적이고 짜인 절차를 갖게 됐고 잠재 수혜자들 사이의 기부금 따내기 경쟁도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대외적으로는 게이츠 재단이 매년 배분해야 할 자금 규모와 이에 따른 영향력을 놓고 토론이 재연되고 있다.

자선 관련 연구 단체인 `응답있는 자선을 위한 전국 위원회'의 릭 코언 상무는 이에 대해 "재단 측이 쓰는 돈의 10분의 1에는 게이츠의 이름이 붙게 될 것"이라며 "이는 계산할 수 없는 영향력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지금 게이츠 재단의 구조상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 부친인 윌리엄 게이츠 시니어, 그리고 재단 총재인 패티 스톤사이퍼 등 4명에게 자금 사용 결정권이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게이츠 재단의 엄청난 자금 규모는 정부나 다른 기부자들이 자기 돈을 쓰지 않으려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부시 행정부는 2007 회계연도 예산에서 소규모 학교 발전 지원 프로그램에 책정됐던 예산 9천350만 달러를 폐지하면서 게이츠 재단과 카네기 재단 등에서 나오는 `비정부 기금'으로부터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핑계를 댔다.

여기에 자선재단의 회계 문제도 제기된다. 미 연방 및 각주 정부의 비영리 부문 감독 능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자선재단들은 대체로 자기들이 알아서 회계를 처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이츠 재단은 자선 활동 과정의 잘못과 어려움을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토로하는 등 재단의 투명한 운영에 갈수록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시애틀에 들어설 새 재단 본부 건물에 주요 자선재단으로는 처음으로 `방문자 센터'를 만들기로 한 것도 재단이 과연 책임있게, 효과적으로 운영되는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게이츠 재단이 평균적인 크기의 재단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간 예산이 290억 달러에 이르는 국립보건연구소와 같은 정부 산하기관의 자금 운용 규모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여하튼 게이츠 재단은 자선 활동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출산 건강의 경우 산모 사망률 감소, 피임 수단 접근 기회 확대, 소녀들에 대한 교육 확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이츠 재단은 버핏의 기부 발표가 있기 1년여 전에 이미 사업 영역 확장에 착수했다.

게이츠 부부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추산으로 51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의 상당 부분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할 뜻을 오래 전 부터 밝혀왔고 게이츠 회장은 재단의 일에 전념하기 위해 일상 업무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주고 있다.

조성부 기자 sungb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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