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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7 07:23 수정 : 2006.08.17 07:23

9.11테러 5주년을 앞두고 뉴욕시가 당시 9.11 교환원들이 세계무역센터 안에서 애절하게 구조를 요청하던 희생자들 및 구조활동에 나섰던 구조대원들과 나눴던 비상통화 테이프 1천613건이 1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그동안 9.11 관련 재판과정에 일부 통화 내용이 공개된 적이 있지만 대규모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통화 테이프 공개는 뉴욕타임스와 9.11 희생자 유족들이 당시 빌딩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 지, 재난대책 책임자들이 구조대원 및 작업자들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 지 알기 위해 공개를 요구하는 재판을 벌여 이뤄진 것.

공개된 내용에는 당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며 애절하게 구조를 기다리던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구조가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 죽음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에 나섰던 구조대원들의 투철한 직업관과 영웅적 활동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애절한 희생자들의 구조 요청 = "제발 끊지 말아요. 나 죽어가고 있는 거죠, 그렇죠?"

세계무역센터 남쪽빌딩 83층의 자욱한 연기속에 갇혀있던 회계사 멜리사 도이(당시 32세)는 엄습해오는 죽음의 공포를 직감하며 911 교환원에게 전화를 끊지 말 것을 애원했다.

9.11 교환원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채 도이에게 "괜찮아 질거예요"라고 반복해 말하며 도이를 안심시키고 계속 숨을 쉬고, 기도할 것을 당부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24분쯤 지나자 "전화가 끊겼다"는 다른 교환원의 말과 함께 이 교환원은 "오, 하나님"이라며 비탄에 잠겼다.


▲투철한 구조대원들의 직업관과 영웅적인 구조활동 = 이번에 공개된 통화기록 가운데 대부분은 소방대원들과 재난대책책임자간에 나눈 통화 내용으로, 어디로 출동해야 할 지 묻는 전화가 많았고, 부상자를 후송할 수 있는 병원이 어딘 지 문의하는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곧 빌딩이 무너진다는 사실도 모른 채 처참한 현장 상황을 전하며 구조활동을 위한 장비지원을 요청하다가 산화한 목소리도 있었다.

공개된 통화내용에 따르면 오전 8시46분 첫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강타한 직후 소방관들은 비상출동 명령을 받고 현장에 투입돼 구조활동에 나섰다. 비번인 대원도 있었고, 심지어 퇴역한 대원도 함께 참여했다.

오전 8시51분 본부로부터 전화를 받은 티모시 히긴스 소방위는 "무역센터로 가겠다"고 구조를 자원, 5명의 다른 동료와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 6명은 모두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타는 무역센터 빌딩내 지휘소에서 구조활동을 지휘하던 데니스 데브린 소방대장은 "온통 혼돈상황에 빠져 있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다. 여분의 워키토키를 모두 보내달라"는 말을 남긴 채 구조활동 중에 숨진 343명의 소방관 가운데 한 명이 됐다.

▲희생자 유가족 반응 = 희생자 유가족들은 구조대원 가운데 상당수가 통신상 문제로 인해 건물이 붕괴될 때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해 숨지게 됐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첫번째 공격당한 빌딩에서 소방관 동생을 잃은 한 남자는 "우리는 그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정보를 아직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관 아들을 잃은 바버라 헤젤은 예전에도 그런 통화 테이프들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슬픔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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