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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공산당 기관지 는 웹사이트에 13일 80회 생일을 맞아 자신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을 누운 채로 맞이하고 있는 카스트로 의장(오른쪽)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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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혁명이후 세대’ 전면부상 임박한 듯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권력이양이 16일(현지시간)로 보름을 넘기면서 카스트로 이후 권력구도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장수술 회복이 극히 불투명한 가운데 사망설까지 나왔던 카스트로는 이틀전 자신의 80회 생일 다음날 'TV 출연'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의 동생이자 공식 후계자인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도 '동시 출연'으로 안정적 권력 승계자로서, 현재 자신이 쿠바 최고 지도자 대행임을 대내외에 드러냈다. 20대 초반부터 둘도 없는 혁명동지로 한 몸처럼 움직여온 두 카스트로 형제의 행보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모습. 하지만 근 48년간 권좌에 머물러온 카스트로는 장출혈 수술이후 여전히 병석에 있고, 권력을 '당분간' 넘겨받은 라울은 75세의 고령이다. 이런 정치상황에 대해 쿠바 전문가들은 1959년 공산혁명을 일궈냈던 혁명 세대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혁명 이후 신진세대가 곧 권력의 전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영국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국 외교관은 "현 시스템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나, 고령인 두 개인의 생명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카스트로 형제는 '제3인자'의 출현을 켤코 허용하지 않았다.따라서 실질적 의미의 '2인자 부재' 속에서 카스트로 형제의 권력장악에 걸림돌이 될 것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라울은 형이 정치일선에 없는 가운데 '홀로' 통치권을 대행하면서 권력장악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전 미중앙정보국(CIA) 분석가이자 카스트로 형제 전문가 브라이언 라텔은 지적한다. 다시 말해 카스트로 두 형제에 의한 쌍두마차 체제가 '형 말'이 힘을 잃으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 국무부 토머스 섀넌 중남미 담당 차관보는 최근 아르헨티나 언론인들과의 만남에서 현재 쿠바에선 카스트로의 건강위기로 동생에 의한 권력승계 과정이 슬로모션으로 목격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미래의 지도자 선택에 있어 지금도 영향력이 큰 군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점에 대해선 대부분 분석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헌법 규정에 따르면 라울 역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공산당 정치국 위원 25명과, 입법 기능의 최고 상임기관 국가평의회 위원 30명이 당 제1서기와 국가평의회 의장을 각각 선출하게 된다. 특히 쿠바는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정치국 위원 선임권을 가진 중앙위 구성원들 대부분은 40-50대의 젊고 정력적인 '새 피'로 평가된다. 카스트로 형제외 미래의 지도자군에는 ▲오랜 기간 카스트로 측근이었던 리카르도 알라르콘(69) 의회의장 ▲카를로스 라헤(54) 국가평의회 부의장 ▲전투적 기질의 펠리페 페레스 로케(41) 외무장관 등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들 셋 모두 당 중앙위에 소속돼 있지는 않다. 알라르콘 의장은 지난 92년 이후 공산당 정치국원, 외무장관, 유엔 대사 등을 거치면서 국제적 명망을 확보한 외교통으로 특히 대미 관계에 관한 핵심정책 결정권자로 평가된다. 라헤 부의장은 1993년 이후 공산당 정치국원,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가행정 업무를 총괄한 권력실세다. 로케 장관은 대표적인 소장파 정치 지도자로, '카스트로의 입'으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쿠바 대외정책의 대변인이며 달변가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젊은 차세대 인사들이 국가기구 전 부문의 중간급 간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새로운 '실력자'가 출현할 것인지, 집단지도체제로 갈 것인인지, 아니면 권력암투가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카스트로 권력이양에도 쿠바 시민들이 잠잠한 것은 급격한 체제변화를 원치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쿠바 시민 모두의 절대적 후견인이었던 '카스트로 형제'가 사라질 경우 불온 정치세력의 등장 가능성과 함께 밑으로부터의 변화 물결이 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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