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불법거래 혐의..증거불충분으로 불발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 1993년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방장관을 마약 불법거래 혐의로 기소하려 했으나,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발에 그쳤던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그의 혐의가 상당 부분 마약 밀매자들의 의문스러운 진술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당시 연방 관리들이 전했다.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이자 후계자로, 최근 형의 장 수술 이후 권력을 잠정 이양받았다.
라울에 대한 미 검찰의 조사는 1992년 마누엘 노리에가 전 파나마 대통령에 대한 `마약 재판'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콜롬비아 최대의 마약밀매단인 메데인 카르텔의 중심인물로서 이미 유죄가 확정됐던 카를로스 레데르와 라울이 서로 연관됐다는 증언이 재판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노리에가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기 르위스 전 검사는 "노리에가 사건을 통해 쿠바 군부가 마약 밀거래에 연루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있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형제는 그간 쿠바가 마약 밀거래에 일절 간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해왔다.
레데르는 노리에가 사건 조사때 자신이 1982년 개인적으로 라울과 만나 수t의 코카인을 실은 비행기를 쿠바의 카요 라르고 섬에 착륙시키는 문제를 협의했으며, 2년 뒤에는 쿠바 정보당국 총수 출신인 마뉴엘 피네이로와 마약 불법거래를 논의했다고 진술했다.
1993년 기소 검토건은 쿠바가 영해.영공사용 허가 등 메데인 카르텔의 코카인에 안전한 수송통로를 제공하려 했던 의혹과 관련, 라울 및 14명의 쿠바 관리에게 공모 등의 혐의를 씌우려던 내용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의 이름이 거명되지는 않았지만, 1980-1990년 미국을 향한 7.5t의 코카인이 이 수송로를 통해 옮겨졌다는 주장이었다.
1988년부터 7년간 미 마약단속국(DEA) 마이애미 지부장을 지냈던 톰 캐시도 이 사건을 계속 밀고나갈지의 여부를 놓고 검사 및 법무부 고위 당국자들과 "많은 논의"를 벌였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증거가 마약 밀매자들의 (진술에) 의존해 있어, 배심원단에게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게 자신의 판단이었다면서 "나는 사건을 추진하는데 찬성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증인들의 진실성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quintet@yna.co.kr (마이애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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