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끊겨 촛불로 지내다 어린 자매들 몰사
미국 시카고의 한 아파트에서 3일 새벽(현지시각) 불이 나 멕시코계 이민자의 어린 자녀 6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에 이민한 지 16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계 이민자 가족은 몇 달 간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고 지내다 화재를 당했으며, 3-16세의 자매들은 한 방에서 웅크린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소방당국자들은 밝혔다.
불은 이날 시카고 북부 로저스 파크 인근에 있는 아파트 3층에서 주민들이 곤히 자고 있던 새벽 12시 20분께 시작됐다.
경찰과 소방관들에 따르면 한 행인이 아파트 창문에서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 경찰에 화재신고를 했으며 곧바로 한 여인이 아이 1명을 안고 밖으로 뛰쳐나와 안에 아이들 8명이 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여인의 다급한 호소를 듣고 주민 1명이 불길속으로 뛰어들어 한 아이를 구해냈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이 창가에서 떨고 있던 다른 한 아이를 사다리를 이용해 구출해냈다.
그러나 나머지 6명은 구조되지 못한채 숨졌으며, 이들 중 4명은 불이난 것으로 추정되는 방에서 웅크린채 숨져 있었다고 소방관들은 전했다.
참변을 당한 자매들은 3, 6, 10, 12, 16세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다른 한 아이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레이몬드 오로즈코 소방서장은 변을 당한 멕시코계 이민자 가족은 최소한 한 달 이상 전기가 없이 촛불에 의지해 살았으며, 촛불이 화재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기회사측은 이 가족이 지난 5월 이후 전기없이 지냈다고 밝혔으나 단전 이유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희생자 중 한명인 나탈리 라미레즈(16)의 한 친구는 라미레즈의 어머니가 멕시코계로 미국에 이민한 지 최소한 16년이 넘었다고 말한 것으로 AP통신은 전했다. 오르즈코 소방서장은 "할 말이 없다"면서 "이는 근래 최악의 사건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 뿐"이라고 애도했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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