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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8 06:57 수정 : 2006.09.08 06:57

군사법원 공정성 확보-제네바협정 위배-중간선거용 논란

인권침해 논란과 대법원 위헌 판결에도 불구, 중앙정보국(CIA) 관할의 해외 비밀감옥에 감금해온 9.11 테러용의자들을 끝내 군사법정에 세우겠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발표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군사법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며, 테러용의자들을 재판하면서 본인들에게 국가안보상 기밀을 이유로 구체적 증거를 적시하지 않을 경우 제네바 협정을 정면 위배할 수 있다는 게 그 핵심 논지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전날 CIA가 테러용의자들의 구금및 심문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 해외감옥 폐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안보 대 인권'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시민자유연맹, 국제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7일 "알 카에다 고위급 테러 용의자들을 이른바 인민재판식 '캥거루 법정(kangaroo court)'에서 재판받게 해선 안될 것"이라며 "해외감옥은 고문의 변형된 형태"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9.11 이후 지난 2002년 국방부가 급히 마련한 시행규칙은 피고에게 비밀로 부쳐지는 증거를 토대로 이들에게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고, 증인들이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닌 전해들은 것을 말하는 이른바 '전문(傳聞)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고 항소도 민간법정에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아 인권단체들의 강한 반발을 사왔다.

특히 인권단체 '워치'의 톰 말리노우스키는 이날 "비밀 CIA 감옥에 감금돼 있는 '유령' 죄수들이 더 이상 투옥돼 있지는 않지만 미국 감옥에 수용돼 있는 죄수들은 적어도 국제적십자의 충분한 접근이 보장되는 법적 절차, 인권남용을 거부하는 군사규정에 의한 심문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법원 고위관계자들도 외국인 테러용의자들을 기소하겠다는 백악관의 계획에 대해 이날 비난공세를 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구상은 테러용의자들에게 비밀로 부쳐지는 증거를 토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만큼 피고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일부 고위급 군사 고문들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완전하고 공정한 청문 권리를 보장하려면 피고인들에게 유죄선고의 근거가 되는 죄목의 증거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해병대 군법회의 검찰관 제임스 워커 준장은 "이 세상 그 누구도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해 직접 접근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유죄선고를 받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이 그런 시나리오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해외 비밀감옥의 존재를 처음으로 시인하면서 이곳에 수감돼 있다가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 수용소로 이관된 알 카에다와 탈레반 테러용의자들이 군사위원회에서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의회가 근거 법률을 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요구는 지난 6월 미 대법원이 대통령 지시로 임의로 설치된 군사위원회에서의 재판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미 국방부의 고위 법률가들도 이날 의회 증언에서 테러 혐의로 구금돼 있는 용의자들을 기소하려는 구상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아무리 테러용의자들이라 해도 자신의 피소 근거가 되는 증거 접근을 제한할 경우 제네바 협약에 정면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최근 군 변호사들이 기밀 정보에 속하는 일부 증거를 테러용의자들에게 노출하지 않도록 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방침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가한 것과 맥을 같이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이 그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이라크 등 다른 지역에서 체포된 미군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차별을 받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공세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제기될 악재를 미리 털어내면서 미 유권자들에게 테러 공포심을 조장, 선거에 이용하려는 정치적 술책이라고 공세를 취하고 나서 논란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다만 전날 국방부가 전쟁 포로에 대한 고문을 둘러싼 비난을 의식, 물 고문과 맹견 위협, 두건 씌우기, 비정규군 포로 분류 등을 금지하는 등 제네바 협약을 준수토록 명시한 새 야전 심문기술지침서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cbr@yna.co.kr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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