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미 주요인사 면담록
그레그 전 대사 설명..외교.안보 현안 망라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워싱턴을 출발하기 직전 미국내 한반도정책 여론주도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한 참석자가 "놀랐다(struck)"고 표현할 정도로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와, 가능성이 거론되는 핵실험의 파장에 대해 "솔직하게" 입장을 밝혔다.
면담은 노 대통령이 먼저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내용을 요약해 설명한 뒤 참석자들이 질문하거나 의견을 밝히고 노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고 도널드 그레그,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가 밝혔다.
참석자들은 북한 핵실험시 영향과 대북 추가제재, 대북 교류협력 확대 문제를 비롯해 전시작전통제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일관계와 중국의 동북공정 등 노 대통령이 직면한 외교.안보.국방 문제 전반을 짚었다.
다음은 면담에 참석한 그레그 전 대사가 15일 주미 한국 문화홍보원에서 행한 강연과 문답을 통해 설명한 면담 내용 요지. 따옴표는 그레그 전 대사가 노 대통령의 말을 직접 인용한 것이다.
◇ 미사일 발사 영향과 핵실험시 파장
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결과 한국 사회를 관통한 진짜 충격에 대해 숨김없이 평가하고 북한의 핵실험시 충격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매우 솔직하게 훨씬 더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이 점을 북한과 중국측에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노 대통령이 말한 대로 서울에서 (남북) 관계들에 대한 커다란 재평가를 초래할 게 틀림없다. 노 대통령의 말로 미뤄,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자신이 다루기 엄청나게 힘들 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매우 명백했다.
◇대북 추가 제재와 6자회담
노 대통령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 거듭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추가 제재에 관해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매우 외교적으로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한국이 쌀과 비료 제공을 삭감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이를 대응(reaction)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 대응에 (제재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추가 제재에 대한 중국의 우려도 넌지시 언급했다. 매우 외교적으로 말했다.
◇남북관계
노 대통령은 "어떠한 다른 대북 접촉도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절대 찬성한다. 나는 북한에 정보를 더 많이, 한국 상품을 더 많이 넣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북한 사람들이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세계에 편입될 기회가 왔을 때 더 쉽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이 군사적 효율성이 최우선 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작권이 통째로 이양되지 않고 한쪽은 지상군을, 다른 한쪽은 공군을 맡는 식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조정 결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건전한 발전으로 볼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기억된다.
노 대통령은 민족적 민감성(national sensitivity)이 있지만 군사적 효율성이 가장 힘을 발휘하는(powerful) 문제라고 말했다. 매우 건전하고 건강한 의견교환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지만,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 허바드 전 대사는 전작권 이양에 대한 반대는 없었다며 노 대통령과 참석자 모두가 군사적 효율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또 대부분은 현재 우리가 그렇게 접근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한미 FTA 협상
노 대통령은 FTA 협상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나타냈다. 진전되고 있으며, 물론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있지만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반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기적으론 한국에, 그리고 (대미) 관계에 매우 좋기 때문에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일.대중 관계
노 대통령은 야스쿠니 참배와 과거를 정직하게 다루지 않는 역사교과서, 독도 문제의 파급효과에 관해 매우 웅변적으로 말했다. 그는 이들 문제에 관한 '아베 총리'의 입장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때까지는 우려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노 대통령은 일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동북아 국가들의 지역적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노 대통령은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가 이를 가로막는 것중 하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말미에 "한국이 강할 때는 중.일관계가 안정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이 약할 때는 양측으로부터 문제를 끌어들이게(invite) 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
노 대통령은 분명히 한미동맹 유지에 헌신적이다. (허바드 전 대사는 노 대통령이 면담 첫머리에 부시 대통령과 회담 내용을 요약 설명하면서, 세계와 양자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한미 동맹의 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모든 면담 참석자들도 이러한 대변화기에 한미관계가 매우 중요하며, 동맹과 방위공약이 여전히 매우 중요하고, 북한이 여전히 중대한 도전과제이며,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데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전략적 유연성
(그레그 전 대사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과 젊은 층 사이의 반미감정 등에 관해 얘기하다가) 노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 논란되고 있는 문제이며, 어떤 중요성이 깨달아지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공동의 더욱 포괄적인 대북 접근책
(허바드 전 대사는 이 말뜻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와 각종 양자문제를 다룰 때 "조화된(consorted) 접근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데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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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그 전대사 강연 문답 요지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15일 주미 문화홍보원에서 한미관계 등에 관한 강연을 갖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미국의 한반도정책 여론주도 인사들간 면담 내용을 설명한 뒤 문답을 가졌다.
한미관계에 문제가 있지만, 더 나쁜 때도 있었다며 장래 관계에 낙관을 표시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화 재개 여지가 있다며 이의 실현을 위해 추가제재에 반대했다.
다음은 강연과 문답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평가는
▲회담 의제를 폭넓게 잡은 게 현명한 결정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북한 인권, 위조 등에 관한 우려를 양 정상이 공유했다. 이번 회담은 그러나 북한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른 많은 이슈들도 다뤘다. 전체 관계는 특정 시점에서 특정 이슈를 다루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한미동맹 이상론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한국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맹방인 영국과도 문제가 있다. 지난 50여년간 강고한 동맹관계가 유지돼왔다. 지금보다 더 나쁜 문제들이 있었던 때도 있다. 현재 탁자에 오른 문제들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와 반미감정 관계는.
▲용산기지 이전에 대해 일부에선 북한의 미사일 사정밖으로 미군을 빼내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데, 그게 주목적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주한대사 시절이나 제임스 릴리 대사 시절에도 우리는 미군기지가 서울 중심부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생각했었다. 이는 수십년간 원했던 일이나 비용문제가 있었는데 지금 진정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북한 문제가 해결되면 주한 미지상군을 줄이고 해.공군 중심으로 하는 게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해왔다. 미군의 족적(footprint)이 줄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대북 추가제재는 어떤 것인가.
▲미국은 더 많은 제재쪽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게 서울이나 베이징(北京), 혹은 모스크바에선 어떤 결과를 빚을지, 추가 제재 논의가 어떻게 결론날지는 모르겠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는 길중의 하나가 더 많은 제재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에는 이'식의 상황악화 조치들에서 한발 물러서면 6자회담을 재개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시 행정부내에서 논의가 있더라도 최종적으론 미뤄두는 결정이 나오기를 바란다. 추가 제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힐은 대단한 외교관이고 매우 강인한 요구자다. 그는 대화의 가치를 안다. 그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줘야 한다. 가장 최근에 방북했을 때 북한 사람들은 힐에 대해 다른 종류의 사람과 협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들은 힐을 좋아하고 그와 함께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
--대북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부시 행정부 일부는 김정일이 계속 북한을 지배토록 놔둔 채 이뤄지는 식의 북한의 행태전환적 변화를 꺼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들은 정권변화를 가져올 압박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북한은 정말 분석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게 북한과 접촉이나 대화가 불가피함을 말해준다. 한때 리비아의 가다피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김정일을 악마시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
과거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부통령일 때 중앙정보국(CIA)에서 일하면서 핀란드인들과 사귀게 됐는데 부상하는 고르바초프를 눈여겨 보라고 충고했다. 핀란드인들과 계속 접촉을 하면서 고르바초프가 누구인지 속속들이 알게 됐다. 부시 당시 부통령이 고르바초프를 만났을 때 고르바초프가 레이건 앞으로 쪽지를 써서 보냈다. 부시 부통령은 그것을 보여주면서 거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핀란드 사람들 통해 고르바초프를 소련의 국가원수나 숭배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보게 됐으나, 김정일과는 그렇지 못하다.
중국의 마오쩌뚱이 고의로 2천만명을 굶어죽게 한지 10년밖에 안돼서 닉슨이 중국을 소련으로부터 떼놓기 위해 중국에 손을 내미는 전략적 가치를 알고 마오에 문을 연 것은 제2차 세게대전 이후 미국이 취한 가장 의미있는 전략적 정치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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