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4차예비투표 결과 대세 결정지을듯
미국은 과연 누굴 차기 유엔 사무총장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 조지 부시 행정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총 3차례의 예비선거가 끝난 28일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의 목소리가 커진 지금의 유엔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미국이 미는 후보가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오히려 전혀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미국이 선거 종료때까지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 기류의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는 존 볼턴 주유엔 미 대사도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 후임에 도전한 7명의 후보들 가운데 미국이 선호하는 후보가 있음을 암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이름은 거명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들도 미국의 의중을 캐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별무성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미국의 정통한 소식통들은 미국이 의중에 두고 있는 후보군은 2∼3명 안팎이며, 이들 중 막판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선호 후보군에는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을 비롯, 챈흥치 주미 싱가포르 대사, 수린 피트수완 전 태국 외무장관이 포함돼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반 장관은 이미 출사표를 던졌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아직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 반 장관의 경우 초반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오히려 당선 가능성이 적은게 아니냐는 얘기도 적지 않았다. 유엔 분위기에 밝은 미국관계자들 입에서조차 "반 장관을 포함해 1차 출마선언을 한 4명의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그러나 반 장관의 화려한 외교 경력과 유엔에서의 경험, 유엔 상임이사국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엔 개혁의지, 모나지 않은 성품 등이 서서히 부각되면서 미 관리들 사이에서 반 장관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는게 소식통들의 일치된 견해다. 게다가 1,2,3차 예비투표에서 거푸 1등을 차지했고,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어느 나라로부터도 거부감이 없는 후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 장관에 대한 미국이 시선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워싱턴 외교가에선 파다하다. 그도 그럴 것이 볼턴 대사가 "현 시점에서 출마를 생각중인 사람은 시간을 소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한국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차기 사무총장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후보가 있다면 빨리 출마의사를 표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반기문 대세론'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만 막판에 판세가 뒤집혀져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곤 했던 유엔 사무총장 선거전의 최대 변수로 챈흥치 대사의 막판 출마 여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앞서 미국 보수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워싱턴 타임스는 챈 대사가 아시아 후보들 중 자격을 갖춘 인물로 폭넓게 거론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국가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로 특히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사주간 타임도 챈 대사가 여성으로서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아난 사무총장까지 "누가 되는 차기 사무총장은 여성이면 좋겠다"고 밝혀 챈 대사의 막판 부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시 행정부가 태국의 수린 프트수완 전 외무장관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태국의 영자지 네이션은 이날 미국 소식통들을 인용, "부시 행정부가 이미 군부 쿠데타로 전권을 장악한 민주개혁평의회측에 피트수완을 지지할 의향을 피력하며 수락여부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선거 종료때까지 공식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중국의 의견을 참고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이 반대하는 후보는 미국도 밀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미국의 특정후보 지지 여부가 막판 변수로 부상한 시점에서 내달 2일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의 투표 색깔을 달리해 치러질 4차 예비투표가 '반 장관 대세론'으로 갈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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