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2 19:37
수정 : 2006.11.02 19:37
공화당 ‘미군 모욕’ 선거쟁점화
오는 7일 미국 중간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공부 못하면 이라크에 처박힌다”는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 발언으로 민주당이 궁지에 몰렸다.
케리 의원은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주 파사데나대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연설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에 처박히게(get stuck) 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백악관과 공화당은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간 이라크 주둔 미군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문제삼기 시작했다. “우리 군인들이 교육받지 못했다는 말은 모욕적이고 괘씸하다”(조지 부시 대통령), “교육받아야 할 사람은 케리 의원”(딕 체니 부통령), “군을 모욕했다”(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는 비난이 쏟아졌다.
케리 의원은 이에 맞서 “서툰 농담”이라며 해명에 열중했다. 공부 안하면 이라크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부시 대통령처럼 된다는 게 참뜻이고, 베트남전에서 무공을 세운 자신이 미군을 비하할 리 있느냐는 것이다. 케리 의원 쪽이 원래의 연설문이라며 내놓은 것을 보면 “공부 안하고 지적으로 나태하면 부시 대통령처럼 이라크전 문제에 처박히게 된다”고 돼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이 문제를 선거쟁점화 하면서 물고 늘어졌다. 이라크전과 안보 문제를 선거에 적극 활용하라는 당 방침에 소극적이었던 공화당 후보들이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선거광고에 이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케리 의원은 1일 오후 늦게 “내 서툰 농담이 군복을 입은 이들에 관한 것으로 오역됐다”며 “군인들과 그 가족들한테 사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케리 의원의 지원유세를 중단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에이이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케리가 2004년 대선을 날린 데 만족하지 않고 2006년 선거까지 날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사진 캘리포니아/AP연합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