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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기 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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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대북정책’ 전망전문가들은 중간선거 결과가 북핵 등 미국의 대외정책에 끼칠 영향을 크게 보지 않았다. 북핵보다 이라크 문제가 미국의 최대현안이라는 데도 견해가 비슷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정책실패를 보여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대선국면으로 가면서 공화당조차 ‘부시와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런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백준기 교수
“핵 폐기 대가 집중 논의될 것”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 행정부의 의제가 집약될 수 있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의 핵심은 북한의 핵 포기와 이에 대한 미국의 보상이다.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는 핵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집중하기보다는 금융제재, 인권문제 등으로 문제를 벌리기만 했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여러 번 지적했고 북미 직접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다수가 된 하원의 강한 요구로 북핵 문제를 집중 해결하는 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 즉, 북핵 폐기 대가로 보상을 할 거냐 말 거냐,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미국이 뭘 줄 수 있나 등의 핵심의제에 집중할 수 있고, 북미 양자 대화 가능성도 어느때보다 커졌다. 북핵 위기에서 협상국면으로 본격 전환할 모멘텀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대외정책이 기본적으로 행정부 소관이지만 의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의 반대로 4년 동안 실행될 수 없었고 결국 북핵 위기가 이어졌다. 당시와 거꾸로의 상황이 올 수 있다.
대북정책 조정관 임명은 이 문제에 대해 의회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며, 민주당 의원들은 적절한 인물을 신속하게 임명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우려되는 점은 민주당 안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히 존재하다는 점이다.
손병권 교수
“힐러리 차별화할지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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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교수.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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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의 획기적 변화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내년에 대북정책 조정관을 임명하고 1년에 두 차례 의회에 활동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국방수권법의 실행 같은 변화들은 이뤄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독주엔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의회 다수파인 민주당을 배제한 일방적인 정책실행은 어려워졌다.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이 핵실험을 하도록 내버려뒀다는 점을 정책 실패로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곧바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본다. 가장 큰 제약 요인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북한 핵실험이 없이 민주당이 이겼다면, 민주당은 북-미 양자간의 직접대화 등 정책기조의 변화를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에서 급진적 변화는 어렵다. 가령 위조지폐 문제 등에선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 방코 델타 아시아(BDA) 제재를 푼다던가 할 정도로 크게 유연해지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전반적으로 6자회담과 안보리 제재를 통한 압박의 투 트랙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쪽에선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행정부와는 차별화한 얘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또 아무래도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임 때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박명림 교수
“공화 강경, 민주 온건 해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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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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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장악해도 반테러 비확산이라는 기본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테러·비확산 방법을 놓고 테러와 핵무장을 추구하는 국가나 행위자에 대해 공화당은 선악이라는 도더적주의적 접근을 했고, 악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접근해 북-미 양자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북미 양자 직접 대화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물론 북핵 문제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화당은 강경이고 민주당은 온건이라는 해석은 올바르지 않다. 공화당은 군사적 해결, 민주당은 평화적 해결이라는 식으로 단순구도로 파악하면 중간선거 의도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클린턴 전 민주당 행정부 때도 대북 폭격까지 구상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있다면 중국 문제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부시정부가 과도하게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미-일 동맹의 강화가 북한과 중국에 주는 압박의 강도가 컸다. 중국을 포용하는, 일본의 개헌문제와 일본의 핵무장 기도를 적절히 견제하는 강도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6자회담 북핵 이행방안이나 논의 가속화 여부는 행정부를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한 상태에서 의회의 압박이 어느 정도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그동안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방법이나 절차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뢰의 문제였는데, 북한이 민주당 정부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봤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정책이나 대안 같은 게 반영되고 실현 가능성이 있다면 북한이 그것을 적극적인 해결 의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부시 정부가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대외정책의 실패 산물로 해석할 경우에 다음 대선까지 유념한다면 핵심은 북한, 이라크, 이란 핵일텐데, 민주당의 압력이 먹혀들 가능성이 있다. 대외정책의 실패로 선거결과가 초래됐다면 이런 기조를 유지하다가는 대선 전망도 우려스럽고, 이번에도 많은 공화당 후보들이 부시와 거리를 두는 역설적인 선거전략을 보였기 때문에 부시에 상당한 압력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부시가 이번 중간선거로 국내 정책은 모르겠지만 대외적인 문제는 레임덕이 오지 않을까 하는 미국내 분석도 존재한다. 대외정책 결정라인이 부시-체니-럼스펠드라는 군사지향적이고 대결지향적이며 도덕주의자들이었는데, 그들이 문제해결에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문제는 계속 수렁에 빠질 것이다. 어떻게 명예럽게 손을 때느냐가 문제인데 이라크를 중단할 경우 팔레스타인 및 이란핵 문제까지 미국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이라크 문제에 대해 내외 압력에 부딪혀도 당장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자칫하면 부시 행정부의 해결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는 반쯤 발을 빼고, 반쯤 발을 담그면서 이라크 문제를 끌다가 차기 정권으로 넘길 수도 있다. 민주당은 넘겨받지 않을려고 할 것이다. 압력은 제일 먼저 공화당 내부에서 올 것이다. 이 문제가 만약에 다음 대선의 결정적 발목을 잡는다면 공화당 내부에서 발빼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는 현상유지를 시키고, 대화재개나 해결 기미를 보일 수 있는 북핵문제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과 대화의지의 표명이고, 국제적인 협상조건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도 중국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다. 누구를 앉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인데, 민주당의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김준형 교수
“대북정책 조정관 누구냐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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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교수. 한동대학교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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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엔 6자회담 재개가 민주당 주도의 의회에서 되지 않겠냐 예상했는데 먼저 합의가 이뤄졌다. 따라서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2~3개월의 단기로 전망해 보면 6자회담 재개 그 이상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6자틀에서 6자당사국들이 이행단계를 논의하는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경향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레임덕이 있고 과거보다 확실히 부시 행정부가 힘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화당 의원들도 자기 살길 찾아야 하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을 전적으로 밀어주기 힘들고 오히려 더 비판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대북 정책도 안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9·11 테러 이전처럼 대북 정책에 의회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민주당의 우위로 6자회담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의 논의 속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유인은 존재하지만, 이 판세를 미 행정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라질 것이다. 부시 행정부로선 비난을 받더라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2기 시작하면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은 뒤집어보면 보면 어떻게든 밀고 나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대외정책 자체가 의회의 절대적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고, 6자회담 재개가 안됐다면 모르지만 이미 장을 마련해놓았다는 의미에서 미국이 또 양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이번 선거결과로 대북정책 조정관을 누굴 임명할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대북정책조정관을 누구로 임명하느냐는 대북 문제를 어떻게 볼 수 있느냐는 시금석이다. 강경파를 임명하면 레임덕에 상관없이 밀고나가겠다는 것이고, 민주당쪽 추천 후보를 임명한다면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대선구도를 둘러싼 부시의 대외정책과의 차별화 움직임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가장 먼저 이라크 문제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이며,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사퇴문제는 계속 거론될 것이며 사퇴까지 갈 수도 있다. 북한 문제는 이라크 문제보다 아젠다에서 후순위이다. 핵실험 때문에 급부상하기는 했지만, 이번에 공화가 진 것도 이라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에 대한 압력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그로 인해 부시의 대북 정책도 유연성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이처럼 이라크 문제의 변화가 생기면 이란 문제도 팩키지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중동문제와 연결돼 있어 이라크 문제의 진전에 물려 있다. 또 이란은 핵문제로 북한과 같이 움직일 것이다. 지금까지 부시행정부는 이라크 철수의 타임테이블도 안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타임 테이블 내놓으면 이라크 적들에게 시한을 알려주기 때문에 버티게 만들어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철수의 타임 테이블을 내놓으라, 공화당 다음주자도 자기가 타임테이블을 내놓든지, 부시에 내놓으라고 압박하며 차별화할 가능성이 높다. 부시행정부는 당장에 철수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압력 앞에서 뭔가 진전상황을 내비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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