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09 07:25
수정 : 2006.11.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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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왼쪽)을 경질하고 후임에 로버트 게이츠 전 CIA 국장(오른쪽)을 임명키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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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패배에 따른 조치…대 이라크정책 변화 예고
게이츠, ‘아버지’ 부시 때 CIA 책임자된 정보통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와 관련, 이라크전쟁을 기획하고 주도해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키로 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 등 일각에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은 "2009년 임기말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혀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공화당의 선거패배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이라크에서 진전이 없는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 위해 투표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또한 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라크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사려깊은 대화를 가진 뒤 럼즈펠드 장관과 나는 미 국방부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럼즈펠드 장관 교체를 공식 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종파간 폭력사태가 악화되면서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사태와 2천800명을 훨씬 넘어선 미군 사망자수 등을 의식한 듯 미국의 이라크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도 못하고 지체돼왔다고 말해 이라크 정책 실패를 시인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럼즈펠드 장관 후임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91년부터 1993년까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고 이라크에 대한 전략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구성한 `이라크 연구그룹'의 멤버인 로버트 게이츠를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게 됨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 가능성 등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게이츠 전 국장이 참신한 견해와 훌륭한 관리경험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의 선거패배가 곧바로 이라크미군의 조기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적들은 `그래 미국이 곧 이라크를 떠날 것임을 의미하겠구나'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대답은 `노(No)'"라면서 "힘든 싸움이지만 우리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거듭 다짐했다.
올해 74세인 럼즈펠드 장관은 지난 70년대 중반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부시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지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6년간 국방장관을 맡아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테러전쟁을 이끌어왔으며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면서 일부 전직 군장성,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럼즈펠드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그가 주도해온 주한미군 철수 및 재배치, 전시작전권 환수, 북핵문제 대응 등 미국의 대(對) 한반도 국방정책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럼즈펠드 장관의 뒤를 이을 게이츠 후임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1966년 CIA에 발을 들여놓은 뒤 정보분야에서 25년간 일했으며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부터 1993년까지 CIA국장을 지내는 등 부시가(家)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게이츠 장관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거쳐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정식으로 국방장관에 임명되게 된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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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게이츠 지명자는 누구인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지명자는 조지 H. W. 부시 전대통령 시절인 1991~1993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내는 등 CIA에서만 26년을 근무한 정보맨이다.
부시 대통령은 8일 그에 대해 "진지하고 굳건한 지도력을 지녀 미국의 당면한 도전에 접근하는데 필요한 조정 역할을 해낼 것"이라면서 "생생한 시각과 훌륭한 관리 역량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캔자스주 위치토 출신인 그는 미국보이스카우트의 최고 영예인 '이글 스카우트'(Eagle Scout)상을 수상할 정도로 어려서 부터 리더십을 키워왔으며 윌리엄앤 메리 대학 졸업후 인디애나 대학에서 역사학 석사학위를, 조지타운대에서 러시아 역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 CIA에 채용돼 정보 분석가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9년간 국가안보회의에서 4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것외에는 줄곧 CIA에서 컸다.
지난 1987년 CIA 국장에 지명됐다가 이란-콘트라 사건에 연루된 사실 때문에 철회되는 시련을 겪었으나, 아버지 부시때 CIA 책임자가 됨으로써 CIA 사상 말단에서 출발해 수장이 된 첫 인물이 됐다.
CIA를 떠난 뒤 게이츠는 여러 기업체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텍사스 A&M 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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