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상원 탈환은 부시 대통령의 연방고위직 임명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법관 임명 동의권은 물론 낙태, 줄기세포 연구 등 장기적인 ‘문화전쟁’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부시 대통령에겐 또 다른 위협이다. 12년간 힘 없는 소수정당으로 비판만 해오던 민주당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차기 하원의장 내정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은 8일 기자회견에서 “파당적 의회 운영이 아닌 공화당과 대통령과의 동반자 관계”를 다짐했다. 차기 상원의장이 유력한 해리 리드 상원의원은 부시 대통령에게 의회지도자들과 이라크전 관련 지도자회담을 제안했다. 9일 부시 대통령과 펠로시 의원 등 민주당 하원지도부의 백악관 회동은 백악관과 의회간 새로운 관계 설정이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양쪽간 불신의 골이 깊어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쉽게 타협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앞으로 수개월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대선 판도와 관련해선 민주당이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우선 ‘우향우’가 계속됐던 미국 정치판의 흐름을 적어도 중도 쪽으로 돌려놨다. 주지사 선거에서 28곳을 장악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은 의회 다수당으로서 상·하원에서 상임위원장과 관련 소위 위원장을 독식하며 각종 청문회의 의제와 형태를 정하고, 출석할 증인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청문회를 통해 차기 대선의 의제를 선점하고, 지지 기반을 더욱 확대해 갈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된 셈이다. 힐러리 대선주자 입지 굽혀…군사위 청문회 전초전 될듯 이라크전, 9·11테러 사전정보, 이라크 재건사업 특혜분양 등 예상되는 각종 청문회는 부시 대통령이나 공화당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사설을 통해 공화당에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승리를 거둔 민주당이 전술적 야당에서 그림자 정부로 역할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유력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과 같은 경우 이라크전 관련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보다 강력한 전국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청문회에서 예상되는 힐러리와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의 대결은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격 대선 구도는 공식 출마선언이 줄을 잇게 될 내년 봄부터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