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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럼즈펠드 경질로 더 큰 부담 떠안을 수도 |
유럽이 미국 중간선거 결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질로 인해 국제 안보의 더 큰 짐을 떠안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유럽 군사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유럽의 전문가들은 로버트 게이츠 전 중앙정보국(CIA)국장이 지휘봉을 맡는 펜타곤(미국방부)의 새 지도력 아래 유럽국가들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미국 간 관계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럼즈펠드가 나토를 집단방위기구에서 미국을 돕는 자발적인 연합체 수준으로 변모시켜 이라크 전쟁 등에서 유럽의 지원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대서양 양안관계 전문가인 옌스 반 세르펜버그는 "럼즈펠드는 유럽인들에 일종의 경멸감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는 처음부터 미군이 혼자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라트비아 나토이사회 의장인 톰스 바우마니스는 "자발적 연합이란 아이디어가 나토의 전체 개념을 무효화시키고 나토를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파리에 있는 유럽연합(EU) 산하 안보문제 연구소의 니콜 네소토 소장은 "럼즈펠드 시대의 국방정책은 너무 이상적이었다"면서 "부시행정부는 실제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동맹국들을 반대편으로 몰아붙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터키와의 관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의 미 마셜펀드 터키담당 이사인 수아트 키니클리오글루는 "럼즈펠드는 이라크 전쟁에서 터키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복잡성을 이해하는데 실패했다"면서 "터키정부가 이라크 공격을 위한 미군의 자국내기지이용을 거부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럼즈펠드가 재임 6년 내내 워싱턴의 가장 가까운 우방중 하나였던 터키를 소외시켰으며, 너무나 이상적인 방위 전략으로 이라크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성을 키웠으며, 우방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또 럼즈펠드의 전술적 실수 중 하나로 9·11 테러직후 쏟아진 유럽의 지원 제의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9·11 테러직후 당시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 하나가 공격당하는 것은 나토 전체가 공격받는 것을 의미한다는 나토조약 5항을 상기시키며 적극적인 지원 용의를 밝혔다.
하지만 펜타곤은 로버트슨의 제의를 받아들이는데 머뭇거렸고, 결과적으로 냉전이후 새로운 역할을 찾으려는 나토를 당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했다.
이후 럼즈펠드는 프랑스와 독일, 베네룩스 3국 등 유럽내에서 이라크 전에 대한 반대가 커진 상황에서 나토에 도움을 요청했고 여의치 않자 전쟁 반대국을 `낡은 유럽'으로 규정해 유럽의 분열을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라크 전에 참여한 `새 유럽'국들 조차 이라크 정책이 재앙이란 사실을 알게됐고, 럼즈펠드의 분열 시도에도 불구하고 낡은 유럽과 새 유럽 사이의 간극은 희미해졌다고 네소토 안보문제 연구소장은 말했다.
따라서 럼즈펠드의 후임인 게이트 지명자가 정책을 바꿔 군사작전에서 나토를 첫번째 파트너로 선택할 경우 유럽국가들이 더 많은 부담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정책의 변화는 이달 하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시작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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