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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동영상, 인권유린 고발무기로 활용” |
"보았노라.찍었노라.변화시켰노라."
휴대폰 동영상과 초소형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찍은 아마추어 동영상이 인권 유린 현장을 고발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는 등 효과적인 인권개선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2004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이라크포로 학대 장면을 비롯 동남아 쓰나미 현장(2004년), 런던지하철 테러 현장(2005년), 태국 쿠데다 모습이 관광객과 회사원 등의 휴대폰 동영상을 통해 전세계에 퍼졌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위트니스'의 길리언 칼드웰 전무 이사는 "동영상이 가져오는 반향이 크다"면서 75여개국으로부터 3천시간 분량의 인권유린 고발 동영상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문은 말레이시아의 한 경찰서에서 발생한 인권유린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유모인 헤미(22)는 지난해 6월29일 마약소지 혐의로 경찰서 라커룸으로 끌려가 발가벗겨진 채 웅크린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받는 등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심지어 교통신호를 위반한 여성까지 몸수색을 이유로 발가벗긴 채 음란한 동작을 취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인권 단체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으나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매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신문과 방송사 역시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경찰을 불편하게 만드는 보도를 자제했고 1957년이후 같은 정당이 집권하는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휴대폰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유리창 너머로 헤미를 지켜보던 한 남성 경찰관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현장을 그대로 찍었고 이후 휴대폰과 인터넷 등을 통해 방방곡곡으로 전파됐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도 이 동영상이 올려졌다.
말레이시아에는 2000년 휴대폰 보유자가 500만명에 그쳤으나 불과 6년만에 2천500만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헤미의 억울한 사연은 주요방송사 뉴스로 제작됐고 헤미를 중국인으로 착각한 중국내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중국인 관광 중단사태를 우려한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는 중국에 정부 관료를 파견해 사과하는 한편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말레이시아 경찰의 조사관행을 시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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