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2 09:14
수정 : 2006.11.22 09:14
징병제 주장 랭글 미 하원의원 CNN 인터뷰
휴일인 지난 19일 미 하원 중진인 민주당의 찰스 랭글(76.뉴욕)의원은 난데없이 징병제를 거론, 주류 언론은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973년 베트남전을 계기로 징병제가 폐지되고 모병제가 안착된지 30년도 지난 시점에서 징병제 부활론이 새삼 관심을 끈 것은 악화일로의 이라크 상황에 별 묘책이 없는데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랭글 의원이 내년 부터 하원세출위원장을 맡게 되는 등 그의 정치적 위상이 커진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는 지난 2004년 등 과거 두번이나 징병제 법안을 냈었으나 관심 밖으로 밀린 채 두차례 모두 하원 표결에서 반대 402표, 찬성 2표로 부결됐었으며 내년에 마찬가지 시도를 한다해도 부결될 것은 뻔하다.
그는 2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혹시 이라크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징병제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국민들을 겁주려 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라크에 병력이 부족하다고 하고 대통령은 미국이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면서도 군에 입대하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 위협이라면 모든 사람이 뭔가 채비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평소 현재의 모병제는 빈곤계층이나 소수 인종들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징병제를 하면 중상위 계층 자제들을 더 군대로 끌어들이게 됨으로써 정책 입안자들이 전쟁 계획을 평가할 때 좀더 신중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펴왔다.
랭글 의원은 "이라크 미군들은 먼가 애국적인 면이 있는데 (군대 대신에) 하버드나 예일을 가는 사람들도 이라크 미군들이 동료를 잃을 때 복수심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분노를 해야 한다"면서 이라크 상황을 딴 세계의 문제로 보는 엘리트층의 무관심을 성토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코언은 "미국민 모두가 남의 아들 딸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랭글 의원은 징병제 부활 주장을 통해 국민들을 각성시키려는 것이라며 두둔했다.
워싱턴 정가의 한 소식통은 "랭글의 논점은 공동체에 관한 것으로 희생을 나누자는 것이며 이라크의 실패는 미국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이 인간적으로 불개입한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라는 것"이라면서 "그는 군대에 엘리트의 자제들이 극소수인 현실에서 '계층간 전쟁'을 노린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1일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헤리티지 재단의 연구를 인용, 현재 모병제로 입대한 자원병들이 다양한 계층에 다양한 교육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징병제를 한다고 해서 보다 평등한 배분이 이뤄질 것이라는 증거도 없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랭글 의원의 징병제 법안 제출 계획 보도 후 "블로거들과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들 사이에서 엄청난 동요가 일어났다"면서 "의회 지도자들은 징병제 문제가 내년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의 공포를 잠재웠다"고 전했다.
한국전 참전용사로 전상훈장과 동성 훈장을 탄 랭글 의원은 지난 2004년 수단의 인권 탄압에 항의, 워싱턴의 수단대사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고 1999년에는 뉴욕 경찰관의 흑인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로 체포되는 등 정치적 항의를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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