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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6 16:38 수정 : 2006.11.26 16:38

미 국방장관 지명자 로버트 게이츠.

니카라과 침공 의견 내기도…콘트라반군과 무장투쟁도

대북 대화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지난 1984년 중앙정보국(CIA) 2인자로 있을 때 니카라과의 친 쿠바 정권을 공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확인돼 파장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한때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던 미-니카라과 갈등의 핵심 인물들이 20여년만에 다시 역사의 안마당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퍽 흥미롭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산디니스타 정권의 다니엘 오르테가가 지난 5일 '삼전사기'끝에 16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인 9일 게이츠를 신임 국방장관에 전격 기용한 것은 단순히 역사의 우연에 불과할까.

오르테가는 냉전 시기였던 당시 미국의 적대세력 중 하나였던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을 이끌며 권력을 장악한 뒤 미국의 지원을 받은 콘트라 반군과 1980년대 무장투쟁을 벌인 인물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이 니카라과 대선 결과를 의식해 게이츠를 신임 국방장관에 지명한 것은 전혀 아니다.

지난 11.7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뒤 '강경파의 거두'였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과는 대비되는 유화론자를 내세우기 위해 '게이츠 카드'를 뽑아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게이츠와 오르테가 두 사람이 과거 악연이 있는 데다 미국과 중남미 간 분위기를 감안할 때 또다시 갈등과 반목을 재연할 소지가 다분해 벌써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내달 4일로 예상되는 로버트 지명자에 대한 미 상원 군사위의 인준청문회에서도 니카라과 공습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 나온다.

24일 비밀해제된 문건에 따르면, 게이츠는 1984년 12월 14일 윌리엄 케이시 당시 CIA 국장에게 올린 메모를 통해 중미 지역에서 공산주의가 발호하고 있음을 지적, 미국의 미온적 태도로는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권을 통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니카라과의 군사력 증강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선 공습을 가해야 하며, 특히 탱크와 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앞으로 그런 무기가 산드니스타 정권에 넘어가는 것을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뿐만 아니라 니카라과 정부에 대한 미 정부의 승인을 철회하고 경제 제재를 검토하며 니카라과 망명 정부를 공식 인정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또한 옛 소련과 쿠바와 밀착해 있는 니카라과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정권을 용인해선 안된다면서 산드니스타 정권 타도를 위해 직접적 침략이 아닌 범위 내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공산주의를 차단하는 미국의 전략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 니카라과의 친쿠바 정권을 공습해야 한다는 강경 논리를 폈다.

게이츠는 당시 니카라과의 좌파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를 직접 겨냥하고 있었으나 겉으로는 미국이 니카라과를 공습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게이츠의 이 같은 건의가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그 후 미 정부는 이란에 대한 무기 판매로 얻은 자금을 콘트라 반군들에게 비밀리에 제공하는데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중미에 대재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이츠의 보고서 내용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미 의회는 지난 1986년 콘트라에 대한 지원을 연장해 주었고, 니카라과인들은 지난 1990년 선거에서 오르테가를 버림으로써 옛 소련과 쿠바에 타격을 주었다. 옛 소련도 그로부터 2년 뒤 해체 수순에 돌입,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오르테가와 게이츠의 반목이 양국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을 잡은 뒤 사유재산과 농장을 몰수하는 등 과격한 정책을 시행한 바 있는 오르테가가 이젠 온건 사회주의 정책 시행을 다짐하고 있고, 부시 정부도 오르테가가 민주주의를 실시하면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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