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30 19:33
수정 : 2006.11.30 19:33
키신저-저우언라이 회담록 공개
미국이 1973년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하기 전 중국에 미리 이런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미 국무부가 9월26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미·중 외교관계 문서 1969~1976〉에 실린 헨리 키신저 당시 미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과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 사이의 회담록을 통해 드러났다.
미-중 수교를 주도한 키신저는 1972년 6월20일 베이징을 방문해 인민대회당에서 저우 총리와 4시간 마라톤 회담을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미국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키신저는 “우리는 이 전쟁(베트남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만약 우리가 능히 중국의 공산정권과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공산정권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해 8월3일 백악관 녹음기록을 보면 키신저는 리처드 닉슨 당시 미 대통령에게 “베트남의 ‘진정한 역량’이 베트남을 통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어떤 역량이든 상관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다섯달 뒤인 73년 1월 키신저는 파리에서 북베트남 협상대표인 레둑토와 만나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홍콩 〈아주시보〉는 30일 키신저가 베트남에서 미군 철수 결정에 앞서 주변국의 세력균형 가능성을 엿보기 위해 먼저 중국의 의중을 떠본 뒤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체면 유지를 위한 완충역할”를 하도록 하려했다고 풀이했다.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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