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볼턴-힐-리치 등 하마평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풀어낼 대북정책조정관 인선을 서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된다. 고위급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토록 한 '국방수권법'에 부시 대통령이 지난 10월 17일 서명함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이달 중순까지 인선을 마무리해야 하는 탓도 하지만 조정관 검토설이 나돌았던 존 볼턴이 유엔대사직에서 4일 돌연 사퇴한 이유도 크다. 미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점검해 해결책을 제시할 대북정책조정관에는 5일 현재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볼턴 대사, 짐 리치 전 공화당 의원이 집중 거론된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겸임설도 적지않게 나돈다. 미국 고위관리들과 정치권 인사들을 최근 두루 만난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 조야에서는 리치 전 의원과 힐 차관보의 겸임설을 거론하는 의견이 의외로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비해 미 의회 전문가들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하거나 대북 특사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다고 주장했다. 베이커가 유력한 근거로는 지난 2000년 대선때 플로리다주 개표검증 문제가 불거졌을때 부시 캠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을 정도로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점이다.게다가 미국내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거부감이 적은 점, 그가 주도하는 이라크연구그룹(ISG)의 정책 건의가 6일 공식 발표되면 특별히 맡을 임무가 없게 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미국의 권위있는 시사주간 뉴스위크도 이미 베이커를 유력 후보로 꼽았고, 지미 카터, 김대중 전 대통령 등도 베이커 임명 가능성을 언급했다. 볼턴 대사의 하마평도 적지 않다. 부시 대통령이 비록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공언에 굴복, 볼턴을 대사직에서 물러나게 했지만 그의 충성심과 강한 업무추진력을 여전히 높이사고 있다는 점이 낙점설의 근거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볼턴이 불가피하게 유엔을 떠나야하는 상황이 되면 비중있는 다른 직책에 기용할 뜻을 갖고 있다는 설이 적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힐 차관보. 대북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로서 북핵 문제를 실무급에서 주도해온 만큼 새로운 조정관을 임명할 경우 '옥상옥'의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점이 그의 발탁 가능성을 예견케 한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여전히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꺼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조정관을 임명하기 보다는 힐 차관보를 겸임시키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적지않다. 하지만 법까지 제정해 대북정책 조정관을 임명토록 한 민주당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이와함께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 동아태소위원장도 거론된다. 그는 15선의 관록있는 정치인인데다 온화한 성품,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2002년 이라크 침공 승인서에 반대한 공화당의원 6명중 한명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구미'에 적합한 인물이다. 이는 역으로 부시 대통령 입장에선 선뜻 임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유엔대사와 에너지장관을 역임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도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5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한통'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거론되고 있으나 민주당 대선 후보 출마를 본격 검토중이어서 실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앞서 빌 클린턴 전 행정부는 지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평양에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북한에 대한 포용과 관계개선 추진을 골자로 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탄생시켰었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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