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07 15:19
수정 : 2006.12.07 15:19
30년 전 이민을 와 느낀 남미의 이미지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남미 대륙은 서구 문명의 연장선이고 유럽의 일부였다. 유럽의 백인에게는 꿈과 낭만과 모험과 기회의 대륙이었다면, 원주민과 그 혼혈 자손에게는 착취와 억압의 땅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요즘은 모르지만 그 당시의 남미 인들은 분명 자신들이 유럽인과 백인의 후예로써 자신들은 언제나 유럽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생각이 착각이었음을 깨우치는 계기가 있었다면 소련의 붕괴로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진 남미의 군사독재의 종말이 도미노 식으로 번지며 민주화가 시작하고,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원조가 끊기며 시작한 경제적 파탄 이후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 한 예로 몇 년 전, 경제 파탄을 겪은 아르헨티나를 생각해 본다. 하루 아침에 환율이 반으로 떨어져 경제적 정신적 공황에 빠진 과거의 십대대국 국민을 상상해보라. 과거의 영광스러운 수도의 광장 앞에서 냄비 뚜껑을 두드리며 먹을 것과 일자리를 달라 외치는 아르헨티나 인들은 무엇을 느꼈겠는가? 내 생각에는 그들이 더 이상 유럽의 일부가 아니라 ‘유럽의 사생아’라는 자괴감마저 느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면 남미에 부는 좌파의 열풍은 미국과 강대국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그런 사상의 문제나 반미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는 남미 인들이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다 느낀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유럽인이 아니라 남미인이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고, 이제부터는 자신의 것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현상은 분명 수 백 년간 남미를 착취한 미국과 유럽의 제국에게는 남미의 좌파 열풍이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30년간 남미에서 살아온 한국의 이민자가 보는 견지에서는 오히려 그런 현상이 아시아의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특히 한국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남미 인들은 이제 더 이상 착취가 아닌, 공존과 공영을 함께 누릴 선의의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 한강의 기적을 넘어 정보 선진화를 이룬 대한민국은 남미의 제국에게는 경이롭고 부럽고 배우고 본받아야 할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한다.
남미에 서서히 불기 시작하는 한류 열풍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 기대와 열풍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외교적 노력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남미는 아직 대한민국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그리고 30년을 남미에서 살아온 대한민국의 이민자로써 대한민국에게는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인식되어야 할 남미의 좌파 열풍이라 생각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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