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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6 14:07 수정 : 2006.12.16 14:07

‘이라크 실패’ 위안과 교훈찾아 한국과 비교 잦아

한국과 이라크. 모든 면에서 지리적 거리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두 나라이지만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과 언론, 전문가들이 미국의 이라크정책을 말할 때면 심심찮게 한국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냉전의 본격화를 알리는 것이었던 처럼 이라크전은 냉전같이 수십년 끌 '긴 전쟁(Long War)'인 테러와의 전쟁의 개시를 말하는 것이라는 주장, 이라크군과 경찰의 재건을 위해선 8.15 광복후 한국의 전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안보전략 전문가의 주장 등이 그렇다.

15일 물러난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재임중 미국의 이라크 파병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펼 때는 "2003년 방한 때 한 한국기자가 `한국이 왜 이라크에 파병해야 하느냐'고 물었으나 미국의 한국전 파병 결과, 내 책상에 있는 야간 위성사진을 보면 한반도 남쪽은 환한 데 북쪽은 빛이 가물가물하다"는 게 단골 예화였다.

폴 울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2004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라크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독특한" 지휘체계의 선례가 있느냐는 질의에 한국을 예로 들었다.

최근엔,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는 이라크 안정화 책으로 전문가 일각에서 이라크 3분론(시아, 수니, 쿠르드)을 제기하는 것마저도, 미.소의 남북 분할 점령과 미군 철수, 그리고 한국전이 장기화돼 미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휴전을 서둘러 미군철수를 위한 한반도 안정화, 즉 분단을 택한 것을 연상시킨다.

한국전과 이라크전 및 이들 전쟁을 전후한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1대 1로 직접 비교할 대상이 아님에도 미국에서 이라크 정책 실패론이 커질수록 한국의 선례를 거론하는 비교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 해법을 역사에서 찾아보자는 생각과, 단기적으론 실패라는 평가를 받지만 장기적으론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반영한 현상이다.

◇"이라크군 재건과 한국의 교훈" = 미 육군대학 전략연구소(SSI)의 지난 1일자 월간 뉴스레터는 이라크군과 경찰의 재건을 위해선 미국이 "타국군 재건을 최초로 시도해 성공한" 한국의 전례에서 배울 것을 주장했다.


이 대학 교수인 쉴라 미요시 제이거(Sheila Miyoshi Jager) 박사는 사설에서 한국은 1945년 해방후 정체가 갈가리 찢긴 상태였으나 1950년까지는 동질적인 상태가 됐으며 군과 경찰도 내부 분열 요소들을 제거해 동질적인 국가 보안군이 돼 가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는 1940년대의 한국에서보다 인종, 역사, 문화적 뿌리가 깊은 종파분열 상태"이며, "종파적인 이라크 각 지역 주둔 군부대들이 내전의 핵을 잉태"하고 있는 만큼, "종파분열의 완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내전이 불가피해져 종국엔 분단만이 안정책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점령군이 사담 후세인 시절의 군과 경찰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운 군과 경찰의 재건을 시도한 것은 한국의 경험에 비춰도 옳았던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군정은 "편의상 일제시대 경찰을 온존시켰으나, 식민지 경찰은 압제의 주된 도구로 한국민들로부터 반역자나 부역자로 간주됐기 때문에 이는 폭발적인 정치상황을 초래했고...이 결정의 유산이 지금까지도 반미주의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에 비춰, 이라크에서 후세인의 압제 장치들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게 이라크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제이거 박사는 한국군과 경찰이 동질적인 집단으로 되는 "힘든 과정에서도 최대의 난제는 정체가 좌.우로 나뉘고 여기에 지역, 종교(기독교 때 공산주의), 계급분열이 더해졌었던 것"인데, 남북 분단 때문에 오래지 않아 이런 갈래들이 정리돼 우익은 남쪽에, 좌익은 북쪽에 따로 집결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든 또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은 1948년과 1950년 사이 군내 좌익 숙청. "이 숙청은 불미스러웠고, 미군사고문단(KMAG)도 개입했을 수 있지만" 군의 동질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남북분단과 좌익숙청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군의 동질화를 "우연과 운명, 계획(design)"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될 수 있다" =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초입에 대규모 군사개입한 이라크도 냉전 초입에 군사개입했던 한국의 현재처럼 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희망성 장기전망 제시는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에 그치지 않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4일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책의 목표를 자치.자조.자위에 두는 것은 이라크를 중동의 민주주의 횃불이 되도록 하겠다던 당초 목표에 못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도 (그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횃불이 될 소지가 있었으나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하다가 이제 그렇게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라크가 당장 2007년에 중동 민주주의의 횃불이 못된다고 해서 나중에도 그렇게 못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 역시 현재 이라크 실패로 비판받는 자신의 처지를 50여년전 한국전 참전, 베를린 공수작전, 마샬 플랜 등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시련에 비교하면서, 트루먼 전 대통령이 당시엔 인기없는 정책으로 지지도가 바닥을 기었지만 오늘날 이들 냉전 정책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재평가받는 것에 매혹됐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전하기도 했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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