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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서 타국 이송된 테러용의자 대부분 석방 |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해군기지 수용소에 구금됐다가 본국으로 돌려보내 지거나 제3국으로 이송된 '테러용의자'들 대부분은 송환 또는 이송 뒤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무고한 외국인에게 '대단히 위험하고, 잘 훈련된, 끔찍한 살인마'라는 낙인을 찍었던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든든한 동맹국들이 무책임하게도 무시무시한 테러범에게 자유를 허락한 것인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미 국무부는 테러용의자가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본국 또는 제3국으로 보내지고 나면 이들을 체계적으로 추적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변호인들과 인권단체들 역시 미 정부가 이와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02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가 설치된 이래 지금까지 약 360명의 테러용의자가 모두 26개국으로 이송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없기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AP 통신은 수용소에 구금됐던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 경찰 당국자와 가진 인터뷰 및 인권단체의 보고서 등을 통해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본국이나 제3국으로 이송된 테러용의자 245명의 송환 이후 상태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이들 245명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205명이 본국이나 제3국으로 보내진 뒤 그 나라에서 기소되거나 무혐의 처리되는 절차도 없이 풀려났으며 나머지 40명만 기소되거나 계속 구금돼 있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정식 재판에 회부된 사람은 불과 14명밖에 되지 않으며 정식 재판에 회부된 14명 가운데도 8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본국으로 송환된 80여명을 전원 석방했는데 아프가니스탄 화해위원회의 시브그하툴라 무자데디 위원장은 이들 대부분이 무고하며 부족간 또는 개인간 경쟁심 때문에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혔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영국, 스페인, 독일, 러시아, 호주, 터키, 덴마크, 바레인, 몰디브 정부도 본국 송환된 테러용의자를 모두 풀어주었으며 '계속 구금'(continued detention)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본국에 도착해서는 몇 시간 만에 석방된 사례도 적지 않다.
몇몇 피감자의 변론을 맡고 있는 클라이브 스태퍼드 변호사는 AP 통신의 심층조사 결과는 "무고한 사람들이 감옥에 갇혔고 '계속 구금'이라는 용어가 '정치적 동기를 띤 광대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con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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