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2 18:31
수정 : 2007.01.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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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관타나모 포로 수용소 관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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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없이 테러용의자 가둬
세계 곳곳 ‘폐쇄하라’ 시위
미군기지 수용소 설치 5년
11일(현지시각) 워싱턴, 런던, 멜버른 등 세계 곳곳에서 관타나모 미군 포로수용소를 폐쇄하라는 시위가 이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역시 폐쇄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며 가세했다.
쿠바 남동부 미 해군기지 안에 자리잡은 관타나모 포로수용소가 11일 설치 5년을 맞았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뒤 이 수용소를 설치했고, 폐쇄 요구를 줄곧 거부했다. 미국은 “수용소가 미국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폐쇄 촉구 시위의 맨 앞에는 신디 시핸이 앞장섰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침공했던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다. 그는 수용소 부근에서 “치욕의 장소, 관타나모 수용소. 우리의 이름으로 더 이상 고문하지 말라”고 외쳤다.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세계평화”를 내걸고 이라크를 침략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죄 없는 민간인이 적게는 3만명, 많게는 10만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미군도 3천명 이상 죽었다.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는 포로들이 성적 학대를 받았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갇힌 이들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인권이 짓밟혔다. 뒤늦게 “죄가 없다”며 풀려난 이들은 “잠 안 재우기, 구타 등 온갖 고문에 시달렸다”고 고발했다. 2005년 7월에는 관타나모 수감자 52명이 단식투쟁을 벌였고, 지난해 6월에는 수감자 3명이 자살했다. 지난해 2월 유엔은 각종 인권침해를 지적하면서 “즉각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테러 용의자’라는 이유로 정식 재판도 없이, 언제 풀려날지 모른 채 갇혀 있다는 점이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12일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다는 점이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미 대법원도 이들을 정식 재판이 아닌 특별군사위원회에서 재판하려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부시 대통령은 반전 여론을 무시하고 10일 이라크에 2만1500명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역시 세계의 폐쇄 요구를 무시한 채, 현재도 이 수용소에는 알카에다, 탈레반 등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는 40여개국의 ‘테러 용의자’ 395명이 수용돼 있다. 2002년 1월 첫 수감자가 도착한 뒤, 지금까지 750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12일 “미국은 이 우스꽝스런 정의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 수용소가 “극단주의자들이 더 많은 테러리스트 희망자를 모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한 파키스탄 수감자 형제의 말을 전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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