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 조달, 혹독한 공개검증 첫 관문 될 듯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까.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버랙 후세인 오바마 민주당 상원 의원(일리노이주)이 16일 출마위원회 구성 의사를 밝히는 등 대선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그가 과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지를 놓고 벌써 분석이 분분하다. 오바마 의원은 16일 자신의 웹사이트(www.barackobama)에 올린 동영상에서 출마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선 출마계획을 내달 10일 그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밝힐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나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다른 형태의 정치를 갈망해왔는지 깊이 깨달았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오바마 의원은 젊고 신선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거자금 조달과 후보에 대한 혹독한 언론의 공개검증 과정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 길이 그에게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 미 언론들은 내놓고 있다. 또 오바마 의원 스스로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미국민들이 흑인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는 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의 출마으로 이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출마를 선언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흑인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나선 가운데 대통령 후보지명전이 열리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며 그의 출마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고 스타'지만 정치경력 짧은 게 약점오바마 의원은 지난해 상.하 양원 중간선거전을 통해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 지원 요청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 점은 그가 민주당 내에서 '스타'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올해 45세인 오바마 의원은 전국 무대에서 활동한 경력이 2년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경험이 일천하다는 게 그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AP 통신은 평가했다. 실제로 상원의원에서 백악관으로 직행한 경우는 미국 정치사에서 매우 드물다. 워런 하딩과 존 케네디 전 대통령 등 2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인 견해를 담은 저서인 `희망의 대담함(The Audacity of Hope)'과 회고록인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미국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그런 그에게 맞서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 등과 같이 백전노장들이다. 클린턴 의원은 1천400만달러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머니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려면 앞으로 수개월내에 1억달러 이상의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어야 한다. 클린턴 의원이라면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오바마 의원이 이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언론 집중 검증 견뎌내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유력한 대선 후보는 언론의 집중적이고 혹독한 공개검증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는 후보들의 이미지와 명성을 한껏 높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명성을 하루 아침에 허물어 버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오바마 의원은 그동안 언론의 집중적인 비판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와 관련, 관심을 끈 것은 마리화나와 코카인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것과 자신의 책에서 시카고의 집을 살 때 얼간이 같은 짓을 했다고 한 게 고작이다. 하지만 클린턴 의원의 경우 미국인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여성이며 퍼스트 레이디를 지낸 뉴욕 상원의원으로서 오바마가 받지 않은 호된 검증을 이미 받았다. 오바마 의원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대선 출마는 중대한 결정이라면서 미디어를 동원한 홍보나 개인적인 야망만으로 하면 안된다며 출마에 나서기 전에 나와 나의 가족에게 맞는 일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나라에 합당한 일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의 이름 중간에 있는 `후세인'이라는 이름도 그의 피부색 이상으로 미국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매우 까다로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지적이다. ◇대선에 누가 뛰어드나 오바마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예비선거를 1년 앞두고 벌써 선거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에선 오바마 의원을 비롯해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 등 5명이, 공화당에서도 톰 탠크레도 하원의원(콜로라도주) 등 9명의 의원이 출마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대선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여기에다가 힐러리 클린턴, 조지프 바이든(델라웨어주), 존 케리(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군 사령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 등 민주당 후보들과 마이크 블룸버그 뉴욕시장,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척 헤이글 상원의원(네브라스카주), 마이크 허커비(아칸소주), 조지 파타키(뉴욕주) 전 주지사 등 공화당 후보들까지 가세하면 대선 주자들은 2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재홍 기자 jae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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