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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이야기' 수업거부 허보은양(오른쪽)과 어머니 박영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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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책 안배우게 돼 친구들도 자랑스럽대요”
“조금도 떨리지 않았어요. 그건 옳은 일이니까요.” 일제 패망기 한국인을 가해자로 몰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실화소설 <대나무 숲 저 멀리서>(한국판 제목:요꼬 이야기)를 영어교재로 한 수업을 받을 수 없다며 일주일간 등교거부 투쟁을 벌였던 허보은(11·미국명 알렉스 허)양은 의외로 침착했다. 그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선생님께 집에 가겠다고 말할 때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뉴욕 근교 라이카운티의 한 사립학교 7학년에 다니는 보은양은 지난해 9월 영어시간에 이 책이 교재로 배포되자 가방을 싸들고 집으로 왔다고 한다. 보은 양은 이후 이 책의 수업이 계속되는 동안 일주일간 계속 등교를 거부했다. 보은양의 어머니 박영순씨는 걱정이었다. “네가 옳은 일을 하는 건 좋지만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지요. 못한 학교 공부는 엄마가 집에서 따로 가르쳐줄 수 있지만, 학교를 안가면 다른 과목까지 다 0점을 받고, 선생님들도 화가 나실 거라고 그랬죠. 그 책 수업기간이 한 달이 넘는데 그렇게 오래 학교 안 갈거냐고 물었어요. 그래도 보은이 대답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박씨는 그 책을 읽은 미국 학생의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애가 일본에 원자탄 떨어뜨린 미국도 나쁘고, 공산당인 중국도 나쁘고, 특히 한국이 제일 나쁘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듣고 딸의 결심을 말릴 수 없었다. 특히 이 책에 문제가 있다고 귀띔해준 것도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학교에 찾아가서 선생님들께 이 책을 가르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역사학을 전공한 교장 선생님은 1주일 만에 선뜻 교재 금지 결정을 내렸다. 보은양은 이 일로 한동안 영어과목 선생님께 미움을 받았고, 성적도 박하게 나왔지만 상관없다는 표정이다. “친구들도 그런 시시한 책 안 배우게 돼서 잘됐다고 해요. 나를 아주 자랑스러워해요.”보은양의 등교 거부는 미국 안 한인사회에서 이 책의 영어교재 사용금지 운동이 확산되는 한 계기가 됐다. 어머니 박씨도 보스턴 지역 학부모들과 힘을 합쳐 이 책의 교재 채택 저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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