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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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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국 내 대권 후보 중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의 막대한 선거자금을 확보해놓았으며, 내로라하는 선거 브레인들을 모아 막강한 선거운동 조직까지 구축해놓았다. 또한 재직 중 성추문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꼽히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과연 승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민주당 일각의 우려를 씻어내려는듯 지난 두 차례의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7천만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서도 자신을 이기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나는 공화당을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힐러리 의원은 클린턴 대통령 말기인 2000년 연고도 없는 뉴욕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짧은 기간 내 운동으로 당선됐으며 압도적으로 재선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는건 그가 '사상 첫 미국 여성대통령'의 역사를 쓰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과 진보적 민주당원 등 그에 대한 고정 지지층이 탄탄한 것 못지 않게 '힐러리는 안돼'라고 고개를 내젓는 '안티'세력도 그 어느 후보보다 많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가 지극히 계산적이고, 기회주의적이며, 정치적 성공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가치도 소홀히 한다는 나쁜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백악관 생활이 끝날 무렵 연고도 없는 뉴욕 근교에 갑자기 집을 사들이고, 상원의원 선거에 뛰어들어 '뜨내기'란 비난을 받았던 것은 그의 계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9.11테러 후 국가안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 상황에서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 역시 지극히 계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행동이었다는 비난이 여전하다. 게다가 '르윈스키 스캔들'로 표면화된 클린턴 대통령과의 불화설 등은 그가 정치적 성공을 위해 아내로서의 전통적 역할을 소홀히 한 '차가운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일반인, 특히 남성 유권자들에게 심어줬다는 분석이다. 힐러리 의원에 대한 이런 나쁜 이미지 때문에 과연 힐러리를 내세워 공화당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민주당 내부에 조차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배럭 오바마라는 새로운 인물이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힐러리 의원은 민주당 후보 자리를 놓고 오바마 의원과 한바탕 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그가 오바마를 비롯한 민주당 내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로 추대된다 해도 힐러리에 대해 지극히 냉담한 미국 내 보수층 등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부정적 요소들을 감안한다 해도 힐러리 의원은 현재로선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들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그만큼 사상 첫 여성 미국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대선 출마선언에서 "이제는 미국의 약속을 새롭게 할 때"라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수려는듯 국민들에게 자신과의 대화를 호소했다. 그는 또 대표적인 선거운동 공약으로 저렴한 의료제도와 적자 감축, 이라크전의 올바른 마무리를 제시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힐러리의 도전이 미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 부부 대통령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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