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 다음날 상원외교위 증파반대 결의안 채택
공화의원도 가세..부시 정치적 부담 더 커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체면이 24일 말이아닐 정도로 손상됐다.
전날 밤 국정연설을 통해 내전상황으로 치닫는 이라크사태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 미군 2만1천500명을 추가로 파병키로 결정한 데 협조해줄 것을 의회에 간곡히 호소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 외교위는 이날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은 지 만 하루도 안돼 미군의 이라크 추가파병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가결, 상원 전체회의로 넘겼다.
하원도 상원에서 논의가 있은 후 곧바로 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미 의회 의석 분포 및 분위기로 볼 때 미군증파반대 결의안의 의회 통과는 확실시되고 있다.
전시에 군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요구를 의회가 거부하는 것은 흔치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에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더욱이 상원 외교위 표결에서 민주당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물론 공화당 척 헤이글(네브라스카주) 의원도 이에 가세하는 등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민주당의 증파 반대에 동조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에겐 적지않은 정치적 타격이 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전날 국정연설에서 "모든 가능한 접근방법을 검토했지만 결국 이 길만이 (이라크 정책)성공을 위한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증파 불가피성을 역설했지만 의회의 반대를 무마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점만 확인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리고 의회와 여론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자신만 점점 더 외톨이가 되고 있음을 절감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물론 상.하원이 모두 미군증파반대 결의를 압도적으로 채택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미군증파를 철회하지 않는 한 이를 뒤엎지는 못한다. 이번 결의는 정치적.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결의안 채택이라는 형태로 명시적으로 드러난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군의 추가파병을 강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또 부시 대통령의 미군 추가 파견이라는 건곤일척의 승부수가 효과를 나타내지못할 경우 남은 2년 임기동안 부시 대통령은 엄청난 정치적 후과를 치루게 되는 등 바늘방석에 앉은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의회와의 대결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는 점도 부시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런 대목이다. 이번 미군증파반대 결의를 채택한 뒤 민주당은 이미 선언한 대로 행정부의 전쟁비용 요구에 대한 예산심의를 강화, 부시 대통령이 미군증파를 철회하도록 압박을 높여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