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5 21:43
수정 : 2007.01.26 01:14
미 CIA, 1950년대 반중국 공작 공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1월29일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존 다우니와 리처드 펙토는 중국 반정부 세력과 접선하기 위해 비행기로 지린성을 저공비행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인민해방군의 공격을 받고 나무에 부딪혀 추락했다. 이후 이들은 20년 동안 감옥에서 청춘을 보냈다.
미 CIA가 펴내는 <정보연구> 최신호(제50호)는 CIA 정보 분석원을 지낸 니콜라스 두즈모빅의 글 ‘비범한 충성: 중국의 두 CIA 수감자, 1952~73’을 실었다. 이 글에는 미 당국이 지금까지 감춰온 대중국 반공 공작의 실체를 보여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장제스의 국민당이 대륙의 민심을 잃었다고 판단한 뒤, 국민당과 다른 ‘제3의 반공 역량’을 육성하는 공작을 폈다. 글을 보면 CIA 초년생이던 다우니와 펙토는 50년대 초에 중국인 ‘제3 역량’을 훈련시킨 뒤 이들과 교신하면서 중국 동북지역에서 유격전을 일으키려했다.
다우니와 펙토는 54년 중국 선양에서 열린 비공개 재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20년 형을 선고받았고, <신화통신>도 이들의 생존을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이들이 CIA 요원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펙토는 71년 핑퐁외교 뒤 석방됐고, 다우니는 2년을 더 기다려 닉슨이 이들이 CIA 요원이었음을 실토한 뒤에야 풀려났다.
올해 76살과 80살인 다우니와 펙토의 ‘공작’은 CIA 내부에서도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두즈모빅은 두 사람이 끝까지 충성심을 잃지 않았다며 이들의 사건은 공작의 위험성과 정보요원이 갖춰야 할 덕목, 사실이 묻혀버리는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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